AS-21 보병전투차(IFV)는 오스트레일리아 육군용 보병전투차 프로그램(Land 400 Phase 3)을 위해 한화에서 K-21 보병전투차를 기반으로 개발한 차량이다. 일찌감치 경쟁에서 탈락한 제너럴 다이내믹스의 에이잭스(Ajax), BAE 시스템스의 CV90을 제치고 라인메탈의 링스(Lynx) KF41과 함께 최종후보에 선정된 상태이다. 최종결과는 2022년에 발표될 예정이며, 선정된 기업이 약 400대의 보병전투차를 납품하게 된다.
한화는 AS-21에 레드백(Redback)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레드백은 호주의 유명한 독거미인 붉은등과부거미를 뜻한다.
1960년대 호주군은 약 800대의 미국제 M113 궤도식 장갑차를 구입했는데, 기존에 호주군에게 실망을 안겨준 영국제 장륜 장갑차나 경전차와는 달리 호주군에게 있어서 만족스러운 도입 사업이 되었다. 호주군은 M113을 보병 수송 뿐만 아니라, 81mm 박격포나 살라딘 장갑차에서 떼어온 76mm 포를 탑재한 파생형을 만드는 등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잘 사용하였다. 이렇게 잘 써먹던 M113 장갑차들이 1980년대에 들어와 노후화되면서 신규 장갑차 수요가 발생했지만, 호주 정부는 예산 부족 때문에 절반 가량의 장갑차를 수명 연장해서 더 쓰기로 결정하였다. LAND 106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사업에서 431대의 M113 장갑차가 M113AS4로 개량되었으며, 수명 연장을 받지 않은 장갑차들은 폐기되었다. 호주군은 폐기한 장갑차들 대신에 1992년 257대의 LAV-25 장륜 장갑차를 ASLAV라는 이름으로 도입하였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이 되면서 노후화된 M113AS4와 ASLAV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는 지경이 되자, 호주 정부는 어쩔 수 없이 통 크게 신규 장갑차들을 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Land 400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사업은 Phase 1에서 사업 확정, Phase 2에서 정찰용 장륜 장갑차 획득, Phase 3에서 보병전투차를 획득, Phase 4의 성능 보증에 이르기까지, 총 4단계로 나누어 진행되게 되었다. 일단 211대의 장륜 장갑차를 구매하는 Phase 2에서 2018년 독일 라인메탈 사의 30mm포 탑재 복서 8x8 장갑차가 선정되었으며, 라인메탈은 초도물량 25대를 제외한 나머지 복서 도입분을 호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하였다.
AS-21이 참여한 Phase 3는 한국 돈으로 총 10조원 규모로 약 400대의 보병전투차를 획득하는 사업이며, 그 중에 장비 도입 부분은 5조원 규모이다. 호주는 장비 도입 가격만 고려해 발표하는 많은 나라들과는 달리, 훈련 비용과 장비 도입 이후 30년 동안의 유지 비용까지 합쳐서 발표한다. 그래서 총 사업 금액은 엄청나게 많아 보이지만, 그 중 장비 도입 가격은 절반 정도인 경우가 많다.
2019년 시작된 Phase 3에는 AS-21 뿐만 아니라 에이잭스, CV90, 링스 KF41이 참여하여 초기 심사를 받았는데, 그해 말 에이잭스와 CV90의 탈락이 결정되었다. 에이잭스는 덩치가 너무 커서 캔버라급 강습상륙함이나 C-17 수송기로 수송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고, CV90은 그냥 너무 비쌌다. 살아남은 AS-21과 링스 KF41은 2020년 9월까지 3대의 시제품을 호주로 보내어 1년간의 성능 테스트를 받게 된다.
경쟁작인 링스 KF41의 장점은 이미 Phase 2에서 선정된 복서 장갑차와 포탑을 공유함으로써 군수 체계를 단일화하고 부품 비용을 절약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복서 장갑차의 대부분을 이미 호주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기 때문에 복서의 생산 기지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꼽힌다. 단점으로는 링스 KF41이 사실상 완전한 신작이어서 아직 신뢰성에 의문이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이후 데뷔한 전세계 보병전투차들이 최소한 2년 이상의 기간 동안 테스트를 받으면서 설계 변경을 거쳐야 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링스 KF41에 부담이 되는 점이다.
AS-21의 장점은 이미 10년 넘게 대한민국 육군에서 운용되고 한미연합훈련도 뛰면서 충분히 검증된 K-21 보병전투차의 후계 모델이라는 점이다. 이미 이름에 굳이 21을 붙였다는 사실부터 K-21의 명성에 업혀가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새로운 포탑의 설계와 제작에 호주 현지 업체가 참여했다는 점, 대전차 로켓에 대응한 하드킬(hard kill) 능동 방어 체계를 갖추었다는 점, 그리고 고무 궤도와 우수한 유기압 현수 장치가 주는 궤도 장갑차치고는 좋은 승차감도 장점이다. 한화는 AS-21이 선정될 경우 호주 현지 질롱(Geelong)에 생산 기지를 만들 예정인데, 최근에 재개된 호주의 차기 자주포 사업에서 같은 회사의 K-9 자주포가 선정됐기에 생산 기지를 공유할 수 있다.
1990년대의 보병전투차들은 전면전 상황에서 대량으로 운용하는 것을 가정하고 설계했기 때문에, 20톤대 중반의 중량 내에서 전체적인 방어력은 기관총에 대한 방호를 목표로 하고 전면부에 한해서만 20~30 mm의 기관포에 대한 방호력을 주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많은 기갑차량들이 IED, EFP, RPG 등에 의해 파괴되었기 때문에, 2010년을 전후해서는 바닥과 상부를 포함한 전 방향에 대한 충분한 방호력을 요구받게 되었다. 또한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에 따라 많은 군용 장비들을 서로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전장 상황에 유기적으로 대처하려는 추세가 더욱 강해졌다. 이에 따라서 호주군 또한 차기 궤도차량에 기존 보병전투차 이상의 방어력, 전장 파악 능력, 최신 전장 네트워크 기술 등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였다.
AS-21의 경우 기존 K-21의 알루미늄 복합 장갑에서 강철제 장갑으로 바꾸었으며 호주군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추가 장갑을 모두 둘렀을 경우 전비 중량이 42톤이나 나가는 육중한 몸이 된다. 이렇게 늘어난 무게 때문에 파워팩으로 기존에 K-9 자주포에서 사용하던 파워팩을 가져다가 썼고, 현수 장치도 교체했다. AS-21의 파워팩과 현수 장치는 최대 47톤의 무게에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서 이후에 필요하다면 더 확장을 할 수 있다. 워낙 커지고 무거워져서 AS-21을 K-21과 완전히 다른 장갑차로 보는 사람도 많은데, 일단 제작사에서는 K-21의 개량형이라고 광고하고 있다. 탑승인원이 K-21과 같아서 내부 용적을 더 키울 필요는 없을테고, 현재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AS-21의 전체 크기는 이미 너무 크다는 이유로 일찍이 사업에서 탈락한 에이잭스보다도 오히려 더 크기 때문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포탑은 현지 협력사인 EOS(Electro Optic Systems)가 개발한 T2000 포탑을 사용하는데, 기존에 K-21에서 사용하던 포탑에는 오스트레일리아군이 요구하는 전장 파악 장비들을 우겨넣을 수가 없어서 새로 만들어야 했다고 한다. 주포로 부시마스터(Bushmaster) Mk.44S 30mm 포를 쓰는데, 이후 35mm나 50mm 포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주포 이외에도 7.62mm 동축기관총과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도 탑재한다. 이스라엘의 엘비트 시스템스(Elbit Systems)에서 개발한 C4I 장비와 역시 이스라엘에서 개발한 능동방호체계도 포탑에 탑재된다.
특이하게 철로 만들어진 궤도가 아니라 고무 재질의 궤도를 사용한다. 고무 궤도를 사용하면서 철제 궤도보다 무게를 2톤 이상 줄일 수 있어서, 그만큼 기동력이 증대되고 장갑을 더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고무의 탄성 덕분에 소음이 감소하고 승차감이 좋아졌다. 한화의 설명에 따르면 고무 궤도 역시 일반 철제 궤도와 마찬가지로 전투 중에 손실된 부분을 수리해서 이어 붙일 수 있으며, 고무로 만들어진 덕분에 폭발성 공격을 받아 궤도로부터 파편이 발생해도 주변의 보병에게 가해지는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