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가 다시금 준동하고 있다.
평검사들이 지난달 29일부터 나흘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검찰 개혁의 진의를 묻고 있는 ‘인터넷 연판’ 사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데자뷰 같다. 이들은 보란 듯이 실명을 걸고 댓글을 달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연일 윤석열의 행보도 가소롭기 짝이 없다. 국정감사에서 당당하게 추미애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고 하더니 오늘은 30여명의 신임 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연을 하고 만찬까지 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심발언을 할 거라고 언론은 내심 기대를 하는 모양이다.
검찰과 짬짜미가 된 언론은 ‘이낙연·이재명·윤석열 3파전..윤석열 선호도 상승’이라며 윤석열 띄우기에 나섰고,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반영하듯 윤석열 정치 테마주가 어제 상한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KBS가 마치 그에 부응하는 듯 깃발을 올리고 신호탄을 쏘았다. KBS 공영노조가 2일 성명을 내고 방송을 주진우의 도구로 만들었다면서 KBS 1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공영방송인 KBS의 편파적인 보도를 보고만 있어야 하나.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으로 월급을 받아가는 언론 종업원들이 이렇듯 본연의 책무를 망각하고 망동을 일삼는 꼴을 또 그냥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의 바람이 무색하게 정국이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개혁이라는 기차는 멈춰 섰고 다시금 움직일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일까.
공수처는 지지부진하고 주택시장에서도, 주식시장에서도 한 발 뒤로 물러서고 있다. 이러다 의사들 국시마저 재시험 기회를 주지는 않을까 겁이 나기까지 한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개혁이 완수되리란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고 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답답한 심사를 누를 길이 없다.
국민들의 이런 답답함이 누적되면 다음 대통령도 개혁적인 인물이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질 것이다. 윤석열 같은 안하무인이며 무데뽀인 자가 대선후보로 나온다면, 우리도 그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가 나서길 바라는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올겨울은 참으로 길고 추울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