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찰 결과 향응접대를 받은 3인 검사들 중 한 명이 라임 수사팀장으로서 수사를 주도했다는 부분과 관련, 몇시간 전에 남부지검의 이전 라임 수사팀장 조 모 검사를 지목했었다.
하지만 이후 아주경제 기사에서 해당 검사들이 2016년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소속이었다는 부분을 보고, 해당 수사팀장이 남부지검 라임 수사팀이 아닌 수원지검 라임수사팀의 '엄희준' 부장검사일 가능성이 급부상하게 됐다.
(수원지검에 있던 엄희준은 지난 8월 인사에서 창원지검 형사부장으로 좌천됐다)
엄희준은 2016년 특수단 소속이었고, 현재 수원지검의 산업기술범죄수사부 부장으로서 라임 수사를 지휘해왔다. 특히, 김봉현을 수사하고 기소한 것이 바로 수원지검이다.
김봉현 편지에 따르면 그가 자신이 향응을 제공했던 검사를 검찰 수사팀에서 만났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그렇다면 서울남부지검의 수사팀장이 아니라 당연히 수원지검의 수사팀장 엄희준이 된다.
엄희준. 앞서 썼다시피, 엄희준은 한명숙 수사조작 사건에서 검사로서 수사조작을 자행한 핵심 혐의자다. 참고인들을 연습까지 시켜 위증을 시켰던 검사.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에 따르면, 윤석열이 지난 1월 검사 인사에서 자기 옆에 유임시켜달라고 추 장관에게 콕 집어 요구했던 인물이 바로 엄희준이다. 당시 엄희준은 대검 검찰연구관이었다.
특히 이 한명숙 수사조작 사건으로 지난 6월 윤석열이 추 장관에게 대들었던 당시, 윤석열은 수사조작 사건을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우기면서 인권감독실에 배당하며 수사를 눙치려고까지 했었다. 그만큼 엄희준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 엄희준이, 김봉현의 1천만원 술접대를 받고는 라임 수원지검 수사팀장을 맡아 김봉현을 수사했다. 그런데, 애초 김봉현을 검거하고 구속한 것은 엄희준의 수원지검이 아니라 경찰, 경기남부경찰청이었다. 그렇게 구속해서 수원지검으로 넘겼는데, 거기 수사 책임자가 김봉현의 거나한 접대를 받았던 엄희준이었던 것이다. 경찰로서는 열심히 물고기를 낚아서는 도둑고양이 입에 넣어준 셈이 됐다.
김봉현 편지에 따르면, 이주형 변호사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A변호사는 향후 라임 수사를 맡게될 가능성이 크다며 엄희준 포함 3명의 검사와 함께 1천만원짜리 술접대를 받았는데. 전후 상황을 보면 엄희준이 수원지검 라임 수사팀을 맡게 된 것은 거의 완전한 우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래 그 시기에는 윤석열이 엄희준을 대검에 끼고 있으려 했기 때문이다. 김봉현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에 구속영장 신청 당시 도피했다가 올해 4월에 검거되었다. 도피할 당시 엄희준은 대검에 있었고, 잡히고 보니 그때는 수원지검 라임수사팀장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즉 이주형, 엄희준 등 4명은, 과거 부패범죄특수단의 인연으로 지들끼리 룸살롱에서 술 한잔 하고 싶었던 것을, 얼치기 사기꾼 김봉현을 불러다 1천만원어치 술값을 씌운 것에 불과해보인다. 실제 향후 수사에 대한 청탁을 위한 대가성 접대라기보단, 실제로는 뒤가 구린 기업인을 데려다 술값 뒤집어 씌우는 '스폰서'로 여겼던 듯. 물론 검사 사회를 모르는 김봉현으로선 그런 줄도 모르고 1천만원을 뜯긴 거겠지만.
또, 엄희준으로선 실제로 자신이 라임 수사를 맡게 됐을 때 김봉현을 봐주려는 생각을 갖고 접대를 받았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 보니 실제로 김봉현을 피의자로 만나게 되었을 수 있겠다. 그런데 여러달 전에 꼴랑 하룻밤 논 값을 내줬다고 해서, 윤석열이 각별히 신경쓰는 사건에서 선처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겠고. 1천만원이나 술 받아처먹고도 잡아넣는 부장검사, 여기서 김봉현의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