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최숙현 선수 투신 자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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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 최숙현 선수 투신 자살 사건

 

한국의 트라이애슬론 선수 최숙현(경주시청)이 팀 소속 인원들에게 여러 차례 구타와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결국 2020년 6월 26일, 자신의 친모에게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줄 것을 부탁하고 투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한 대규모 조사, 2019년 체육계 성추문 폭로사건 등으로 체육계에 폭력과 가혹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공론화되어 왔지만, 강산조차 변한다는 세월이 흘러도 대한민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악습이 계속되고 있음을 다시금 보여준 비극적인 사건이다.

2013년 야구 명문 고등학교인 야탑고에서 코치 주도로 인한 집단 괴롭힘 자살 사건과 2002년 KIA 타이거즈 감독 김성한에 의한 2군 선수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 최숙현 사건을 계기로 이 두 사건 역시 다시금 재조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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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은 지난 2009년에 치러진 대통령배 수영대회에서 미래 수영 선수 기대자로 꼽혔고, 2015년 고등학생 때는 태극마크를 달았을 정도로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였다. 하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트라이애슬론 선수생활을 하면서 경주시청 철인 3종 팀 관계자들로부터 수많은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당해왔다는 것이, 녹취록을 통해 사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녀가 당한 가혹행위들의 사례로, 경주시청 철인 3종 팀 관계자가 최숙현의 체중이 늘자 빵 20만 원치를 억지로 먹게 해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게 했으며, 얼굴에 폭행을 가했다. 심지어 어떤 트라이애슬론 선배는 최숙현이 "트랜스젠더같이 생겼고 남자를 많이 만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그녀에게 대인기피증까지 오게 했다. 이에 최숙현은 '체중을 감량을 했는데도 구타는 여전하다'며 훈련일지에 기록하며, "(내가) 차에 치이든 강도의 칼에 찔리든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등의 견디기 힘든 모습을 보였다. 이후 올해 초 팀을 옮기고 대한체육회에 진정서를 내고 경찰에 고소를 하면서 주변에 SOS를 부탁했으나 달라진 건 없었고, 결국 2020년 6월 26일 부산 동래구의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인 2020년 3월, 최숙현은 팀 감독과 동료 선수 2명을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이 최숙현 뿐만이 아닌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폭행 피해를 당한 다른 동료 선수 2명도 조만간 감독 등을 추가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파악된 가해자는 체육팀 감독, 안주현, 선배 운동 선수들로 총 4명이다.

자살 전 최숙현은 지난 2020년 2월 경주경찰서에 소속팀 지도자 등 4명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감독 김규봉>


감독 김규봉은 최숙현의 장례식에 참석하지도 않았으며, 고소만은 참아달라고 고인의 유족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며 경주시청의 진상 조사에서 본인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녹취록 증거를 보면 "선생님이 알아서 (조절해) 때리시는데 뭐 하는 거냐"고 이죽거리는 등 최소한 폭행 방조는 확실해 보인다. 방조범이라고 한다고 해도, 팀 닥터나 선배 선수들이 폭행을 일삼았을 때 이를 목격하고도 오히려 운동화로 고인의 얼굴을 후려쳤으며 "손이 아니라 신발로 한 것"이기에 "폭행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거기다 살고 싶으면 해당 선배 선수에게 빌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 다른 증언으로는 회식자리에서 누구의 부모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는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하거나 어머니에게는 "상 뒤엎어버린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결국 2020년 7월 6일 김규봉에게 감독 자격 정지와 영구 제명 징계가 내려지며 체육계에서 매장당했다.


뒤에 추가적으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감독 본인도 최 선수에 대한 폭언 및 폭행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드러났다.


<팀닥터 안주현>

최숙현의 자살 이후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전현직 선수들의 폭로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한 선수는 김규봉이 옛날부터 폭력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고 말하며 겉으로는 김규봉이 안주현에게 선생님이라고 존대하지만 실은 안주현이 김규봉에게 쩔쩔매는 사이이며, 안주현이 선수들에게 상납받는 돈을 둘이 함께 나눠먹는다고 증언했다.

<장윤정>

또다른 가해자 장윤정은 최숙현의 9년 선배로 2010년 한국 최초로 철인3종 아시안 게임 메달을 딴 경주시청 창단 멤버라고 한다. 장윤정은 최숙현이 고등학생 시절인 2016년 훈련 도중 최숙현의 멱살을 잡으며 고성을 질렀고, 숙소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감독과 팀 닥터에 이어 장윤정의 끝없는 가혹행위에 최숙현은 1년간 운동을 쉬었고, 복귀 이후에도 괴롭힘이 계속돼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최숙현의 팀 동료였던 다른 선수 2명도 장윤정에게 같은 피해를 당했다고 나섰고, 이들은 감독 김규봉이 장윤정의 폭행과 괴롭힘을 방치했다고 했다. 추가 피해자 어머니는 '직접적으로 맞은 것도 있지만 장윤정이 시켜서 누구를 통해서 맞았다. 감독한테 전혀 폭행 당한 적이 없고, 감싸안고 갔기 때문에 피해자가 너무 많다'고 했다. 또 이들은 팀 에이스인 장윤정이 사실상 감독까지 좌지우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최숙현 아버지는 장윤정이 '(후배가) 버릇도 없고, 싸가지 없어서 트레이드 안 시키면 내가 은퇴한다'고 했다며, 감독이 꼼짝 못하는 이유가 장윤정이 은퇴하면 경주시청도 별 볼일 없어서라고 했다.


장윤정은 뉴질랜드 전지훈련 동안 지속적으로 '집합'을 건 뒤 최숙현에게 거친 욕설을 반복했으며 감독에게 잘 보이려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한다"며 헐뜯었고 "트랜스젠더 닮았다" (이성관계가) "문란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최숙현을 괴롭혔다. 그뿐만이 아니라 동료 선수들의 말에 따르면 최숙현의 멱살을 붙잡고 옥상까지 끌고가 뛰어내려서 투신 자살하라고 협박까지 했다.



또한 장윤정은 감독과 함께 전지 훈련비를 명목으로 상납까지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기자회견에서 동료들이 피해당한 사실을 폭로하게 되자 처벌대상 1순위로 지명됐다. 이에 본인은 괴롭히지 않았고 원래 팀에서 나갈 생각이었다고 밝혔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었고, 경주시청과 경주시체육회에도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게 영구제명할 방침이라고 밝힌 상태다. 장윤정의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영구제명 조치가 실효성이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선수 김도환>

김도환도 2016년 뉴질랜드 전지훈련지에서 '앞길을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최숙현의 뒤통수를 1회 가격하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수 차례 뱉었다고 한다. 이 탓에 고인은 6월 26일에 김도환을 장윤정과 같이 고소했고 경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다.



다른 가해자들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폭행을 하지 않았으니 사죄할 것도 없다는 발언을 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조사 중 다른 선수들이 김도환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을 하면서 결국 선수 자격정지 10년이라는 처분을 받았다.



2020년 7월 8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폭행을 인정함과 동시에 감독과 주장의 폭행 사실도 폭로했다. 그동안 폭행 의혹을 부인한 이유에 대해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용기가 나질 않았다."며 "후배 선수들이 국회까지 가서 증언하는 모습을 보며 부끄러움을 느껴 용기를 냈다. 최숙현 선수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김도환은 감독이 전지훈련 때 최숙현을 폭행한 것을 목격했으며 "장 선수가 훈련장 등에서 최숙현 선수를 폭행하는 것도 적어도 한 달에 3, 4번은 봤다"면서 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감독과 주장의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팀 선후배 관계가 빡빡했고, 선배가 후배를 때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김도환 자신도 감독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왔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뒤늦게나마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한 것에 대해 감독, 팀 닥터, 장윤정과 달리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다는 반응과 눈물 연기하고 있다며 비판 등을 받고 있다. 사과를 할 거면 그때 회견에서 할 것이지 왜 이제와서 하는 둥이라든가 자격정지 10년 처분받더니 겁나서 형량 줄이려고 사과를 했다는 둥 이런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이후 SBS 단독 보도를 통해 다른 선수들이 감독에게 압박을 받아 감독에게 유리한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고 이러한 전현직 동료 선수들의 집단 진술서가 최숙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것이 보도되었다.

당시 감독 측은 경찰과 대한체육회에 의견서를 내었는데 전, 현직 선수 10여 명의 진술서를 함께 냈는데 모두 최숙현을 문제 선수라고 주장하거나 폭행과 가혹행위는 없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대한체육회에서는 다른 선수들이 감독에게 유리한 내용의 진술서를 냈다면서 반박할 증거가 있으면 제출해달라고 최숙현에게 요청하였다. 이 전화를 받은 다음 날 최숙현은 자살하였다.

이후 진술서를 썼던 사람들 중 한 선수가 SBS의 취재에서 양심 고백을 하였다. 당시 감독과 주장 선수가 지켜 보는 앞에서 감독이 쓰라는 대로 쓴 것임을 폭로한 것. 인터뷰에 응한 선수는 계속해서 자신도 최숙현의 폭행 사실을 모두 지켜봤고 기억하는데도 감독이 강요해 어쩔 수 없이 폭력 사실이 없다. 뭐든지, 무조건 없다는 식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썼다고 하였다.

감독과 주장 앞에서 압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가능하겠지만 이 사건에서 전, 현직 선수들이 집단으로 최숙현이 문제가 있다고 몰아가며, 감독의 폭행은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을 써서 대한체육회의 진상 파악 조사에서 최숙현을 막다른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참고로 팀닥터 또한 자신이 폭행을 했으며 감독은 무관하다는 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즉 대한체육회는 최숙현의 진술과 증언 외에는 전현직 선수들 10명의 집단 진술서, 팀닥터의 감독은 결백하다 + 팀닥터 자신이 폭행을 했다는 진술서와 같은 왜곡된 다수의 조사 결과만을 받은 것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한 명의 양심있는 선수가 SBS 언론 인터뷰에서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면 그냥 묻힐 뻔했다.

결국 진상 파악을 위한 조사에서조차도 전현직 동료 선수들의 외면과 침묵, 방조 속에 최숙현 본인 혼자만 감독, 주장, 팀닥터, 팀 내 가해 선배 선수의 가혹행위 가해등을 주장하는 고립무원의 처지였던 것이다.



팀닥터 안주현은 조사를 받지 않았지만 현재 폭행 장면이 녹음된 녹취록이 공개됐다. 추가로 감독이 본인에 대한 진상 조사를 받던 도중 자신은 가담하지 않고 오히려 폭행을 하던 그를 감독 본인이 말렸다고 주장하면서, 안주현이 폭행을 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언한 꼴이 되었다.



언론에서 정체불명의 팀닥터라는 보도가 나왔다. 체육회에 정식 고용된 것도 아니고 경력도 불분명했기 때문. 군대로 치면 TO에도 없는 민간인이 부대장 위에 군림하고 영내에 거주하면서 병사들을 구타하고 가혹행위를 시킨 셈이다.



호칭은 팀 닥터지만 의사 면허도 물리치료사 면허도 없었다. 즉 의료인은커녕 의료기사조차도 아니었으며, 그나마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출처 불명의) 운동치료사 자격증도 2급이라 이 사람은 그 어떤 처방이나 진단을 내릴 권한도 없다. 의사협회에서는 우리 명단에 없는 무자격자라는 성명을 냈으며, 안주현이 전에 일했다는 병원에서는 청소같은 잡일을 하던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안주현은 피해자한테는 내가 미국 의사 면허가 있다, 대학 교수로 있다며 사기를 쳤다고 한다. 이런 사실이 널리 알려진 이후로는 언론에서 안주현을 팀 닥터라 하지 않고 운동치료사 또는 운동처방사로 표기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어째서 팀닥터 타이틀을 달고 스포츠팀에서 일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많은데, 감독의 고향 선배라고 한다.녹취록 내용만 보면 감독 윗사람으로 착각될 만큼 감독이 지나칠 정도로 굽신대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고, 이 인간을 추천한 사람이 장윤정의 어머니라고 하니 사실상 비리나 다름없다. 시청에서는 선수들이 필요로 해서 스스로 고용한 것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



아는 게 없으니 제대로 된 치료는 있을 리가 없고 간단한 마사지 정도 하는 게 전부인데, 그래놓고 치료비 명목으로 한번 볼 때마다 5만 원을 받고 주기적으로 60에서 130만 원씩 뜯어갔으며, 해외 전지훈련을 떠날 때도 선수 1인당 80만 원씩 내놔야 했다 한다. 최숙현은 안주현에게 1500만 원 정도를 상납했는데 이 정도면 금품갈취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치료를 빙자한 성추행으로 여러 선수들이 수치심을 느꼈다 증언했고, 평소에도 술을 마시고 여자선수들에게 뽀뽀를 하거나 오빠처럼 안아보라고 말하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도 여러 차례 저질렀다. 철인3종경기 협회에서는 우리 소속이 아니라 직접 징계를 내리지는 못한다고 발표하면서 대신 성추행으로 안주현을 경찰에 고소했다.



최숙현의 아버지는 딸과 함께 감독, 팀닥터(트레이너) 등을 고소하고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을 넣는 등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또한 "엄청 힘들어서 고소했는데 경찰 조사에서 애가 실망을 많이 했다. 때릴 수도 있고, 운동선수가 욕하는 건 다반사라는 식으로 수사했다.", 지난 4월 스포츠인권센터에 이메일로 진정서를 넣지만 동료들의 증언 거부 등으로 성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팀닥터 안주현은 2심에서 징역 7년 6월의 형을 확정받았음이 알려졌다.


김규봉은 징역 7년, 장윤정에게는 징역 4년이 선고되었고, 김도환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되었다. 최숙현의 아버지 최영희씨는 스포츠 세계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려야 하는데 조금 아쉬움을 토로했고, 전미경은 진정으로 제대로 반성을 해서 가해자들이 정말로 진심으로 반성을 해서 뉘우치고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밝혔다.


장윤정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고, 김규봉도 같은 시기에 2심 징역 7년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