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에 불편한 국방부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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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에 불편한 국방부 반응

DP는 대한민국 군대의 어두운 면을 가감없이 리얼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고있다. 배우들의 열연, 괜찮은 연출, 적절한 액션, 개그, 미장센, 긴장감, 마지막으로 주제의식이 골고루 잘 녹아든 작품으로 평가된다. 본작을 연출한 한준희 감독은 뺑반의 대실패를 어느 정도 만회하게 된 셈이다.

모든 세대에 걸쳐 군 생활을 경험해 본 시청자들 중 일부는 트라우마를 떠올릴 정도로 신랄한 묘사 때문에 보기가 힘들었다는 평도 있다. 출연자인 정해인도 실제로 촬영에 들어가서 매우 리얼한 세트장과 분위기 때문에 PTSD를 경험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병 안준호"라고 해야 할 대사를 자기도 모르게 "이병 정해인"이라고 해서 NG가 나기도 했다고.

배우들이 연극 톤의 연기보다는 실제로 와닿는 현실적인 연기를 펼쳐 현장감이 있다는 평이 있다. 이에 더하여 슬픈 장면에서 배우들이 눈물을 짜내며 울거나 하지 않고, 장면은 다소 담담하게 연출되어 한국 영상 매체의 주요 단점 중 하나인 과도한 신파 묘사가 덜하다. 이런 장점 덕에 관객이 거부감 없이 등장인물에게 자연스레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작중 배경인 2014년은 내부 부조리 문제로 크게 달아올랐던 때로 매우 적절한 배경 선택. 국민들에게 군내 가혹행위의 경종을 알린 역사적인 윤일병 사건과 임병장 사건 모두 2014년에 벌어진 참사였기 때문이다.

대중의 호응 때문에 군 부조리에 대한 사회 고발극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극 전체를 미루어봤을 때 장르는 추리물에 가깝다. 특히 두 명의 주인공이 콤비를 이뤄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추리물의 레퍼런스인 셜록 홈즈와 흡사하다. 또한 공간적 배경이 군 부대 내부에만 주로 한정되어 있었던 기타 군대 관련 영화와 달리 본 작품은 각지로 흩어진 탈영병을 잡으러 가느라 작품 내 공간적 배경이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자칫 암담함으로 가득할 뻔했던 분위기를 환기하며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군대의 내무부조리를 넘어 한국 사회의 문제인 상류층의 병역비리, 가정폭력, 유흥업계 착취, 빈곤층의 어려움과 철거반과 달동네 주민의 갈등까지 포괄적으로 조명할 수 있었다.

드라마 방영시점인 2021년까지도 병영부조리는 아직 까지도 남아있으며 여전히 한국군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당장에 국방부가 병영생활이 바뀌고 있다는 말을 하고 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해군에서 폭행, 폭언으로 한 청년이 목숨을 스스로 끊는 비극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더불어 최근 2년간의 군사법원 판례에서도 드라마 속 상황과 유사한 가혹행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DP에 공감하는 국민들에게 군대 부조리가 없어지고 있다며 입장 밝힌 국방부>

국방부는 당연히 상당히 불편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태양의 후예, 리얼입대 프로젝트 진짜 사나이 같은 군 미화 프로파간다와는 전혀 다른, 용서받지 못한 자와 민간인 통제구역 등 비슷한 부조리 고발극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국제적으로 서비스되는 넷플릭스 드라마라는 특성에 흥행까지 한 덕에 외신까지 이 드라마를 주목하면서 한국의 군 실태에 대한 세계적인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이 6일 "2014년의 일선 부대에서 있었던 부조리라고 볼 수 없다"거나 "병영환경이 바뀌고 있다"라고 하는 등 논란을 덮으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동안 국내 위주로 이루어지던 담론이 전 세계적으로 위 해외 군인 출신 시청자들로 공론화되면서 그야말로 국내의 비난에 더해 나라 망신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신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군의 현재 상황상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군 관계자도 아닌 작가나 제작사, 혹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군의 실상을 알고 있는 한국인들이 이골이 날 대로 난 상태에서 자국 군의 실태를 앞장서서 해외 팬들에게 폭로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드라마가 아예 허구라고 거짓 해명을 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다. 넷플릭스에 컴플레인을 걸어 어떻게든 이 드라마를 게시 중단한다면 전 세계인을 상대로 입막음과 사기를 쳤다며 또 한번의 나라 망신을 선사하게 될 테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으로, 군 당국 입장에서는 그저 이러한 반응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핸드폰 지급을 위시한 여러 정책 변화로 인해 실제로 시간이 지날 수록 부조리가 없어지는 등 병영 환경이 개선되고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대변인의 변명은 말 그대로 변명일 뿐인게, 2014년 또한 임 병장 사건, 윤 일병 사건 등 군대 내 부조리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산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2021년 현재까지도 일부 부대에서 여전히 부실 급식 논란이 자잘하게 터지고 있고, 경남 진주에 있는 공군교육사령부 소속 조교가 전동드릴로 후임병의 항문에 대는 특수폭행을 저질렀으며, 해당 인터뷰를 한 바로 다음 날 강감찬함 소속의 정모 일병이 선임들의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휴가 중 자택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음을 군인권센터에서 밝히면서 한국군이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다.

때문에 이런 군 당국의 변명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반응만 얻었을 뿐, 논란을 덮진 못했다. 그렇잖아도 군부대란 대다수의 남성들에게 있어서 좋지 못한 추억을 가진 장소인데, 최근에 터진 2020년 군인 강제노동 논란, 대한민국 국군 격리장병 인권침해 논란 등으로 더더욱 부정적인 이미지가 악화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군복무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언제까지나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군에 가서 제대로 복무한 것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지, 군 내부 부조리는 절대로 옹호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사관, 장교 전역 출신자들조차 훈련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등 다른 말은 해도 D.P.에 나온 것과 같은 군 부조리에 대해서는 옹호하려 들지 않는다. 당연한게 징병제 모병제를 막론하고 어느 나라 군대나 간부들 부조리는 병사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이들이 부조리를 옹호해줄 이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인지 해외의 관심과 더불어 군대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이 많아져 국방부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아지지 않을까에 대한 희망도 모이고 있다. 실제 2021년 5월,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군 내 성폭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해지자 같은 해 8월 31일, 군대 내 성범죄를 묻으려 들었던 군사법원 중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됨과 동시에 성폭행 관련 사건은 군사법원에서 담당하지 않도록 하는 등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것처럼, 군대가 자정 작용을 보이는 건 군대 특성 상 기대하기 힘들고, 결국 개혁을 하는 건 더 상위기관인 국회나 청와대를 여론으로 움직여 관련 법을 개정시키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방부의 입장을 변호하자면 국방부의 태도가 위처럼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미군 또한 자국군에 비판적인 영화는 지원하는 경우가 없고, 자국군의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소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군과 여러 선진국 군대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과 같은 국가기관의 부조리를 정직하게 폭로하는 것이 자유로운 국가일수록 민주적이고 선진적인 국가로 인정받는다. 역설적으로 이 드라마가 나온 것 자체가 한국이 나름 사회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국가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딱 폭로만 가능할 뿐 근본적인 문제는 10년이 넘게 바뀌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