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한 총기난사범, 법정에서 휠체어 타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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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장한 총기난사범, 법정에서 휠체어 타고 등장

로버트 크리모 3세가 여장을 한 모습. 크리모 3세는 검은색 단발 가발을 쓰고 짙게 화장을 한 모습으로 총격 직후 현장을 빠져나갔다.

 

2022년 7월 4일, 미국 시카고 교외 하이랜드파크에서는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퍼레이드가 열렸습니다.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이 평화로운 행사는 곧 끔찍한 비극으로 변했습니다.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불과 14분 만에 누군가 옥상에서 소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로버트 크리모 3세라는 21세 남성이 범인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는 사건 전 여장을 하고 검은색 단발 가발을 쓴 채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총격이 시작된 초기에는 시민들이 폭죽 소리로 오인했으나, 총에 맞은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하자 곧 혼란에 빠져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가족들이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캐서린 골드스타인(64세)은 딸 캐시와 함께 축제에 나왔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캐시는 어머니에게 "엄마, 우리 뛰어야 해"라고 외쳤지만, 캐서린은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습니다. 캐서린은 딸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습니다.

 

또 다른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습니다. 케빈 메카시(37세)와 그의 아내 이리나(35세)는 2살 된 아들과 함께 축제에 참석했으나, 총격으로 인해 모두 숨졌습니다. 케빈은 총에 맞자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를 감싸 안았고, 아들은 그 자리에서 다른 시민들에 의해 구조되었습니다.

 

로버트 크리모 3세는 최소 몇 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퍼레이드 진행 경로가 내려다보이는 옥상에 올라가 고화력 소총으로 군중을 향해 난사를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여장까지 한 크리모는 범행 후 군중 속에 섞여 도망쳤지만, 사건 발생 8시간 만에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크리모는 과거에도 타인을 위협하는 행동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2019년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가족을 위협하는 등 문제를 일으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습니다. 범행 8개월 전에는 유튜브에 총기난사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영상에서 그는 "내가 해야만 한다. 운명이다. 모든 것이 나를 이끌었다. 나를 멈출 수는 없다. 심지어 나조차도"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크리모는 1급 살인 혐의 등 117개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변호인 선임을 거부하다가 돌연 국선변호인을 요청하는 등 돌발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열린 재판에서는 "붐비는 법정에서 걸을 수 없을까 불안하다"며 휠체어를 요청해 타고 나타났습니다.

 

크리모의 재판에서의 돌발 행동은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그는 많은 게임을 해 왔다"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크리모는 검찰과 모든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기로 약속했으나, 지난달 26일 재판에서 유죄협상제도를 진행할 것인지 묻자 "아니요"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크리모의 재판은 단축되지 않고 오는 2025년 2월 25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달 26일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로버트 E 크리모 3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