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승천기'는 잘못된 말 '욱일기'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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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승천기'는 잘못된 말 '욱일기'가 맞다




욱일기는 구 일본군 및 현 일본 해상자위대의 군기(軍旗)로, 일본제국 해군에서 해군기(naval ensign)로 사용했기 때문에 '군함기'(軍艦旗)라고 불렸고, 해상자위대에서는 '자위함기'(自衛艦旗)라고 부른다. 일본 제국의 국기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는데, 일본 제국의 공식 국기는 엄연히 일장기였다. 일본 제국의 침략과 착취를 겪은 태평양 제도의 국가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 특히 한국과 중국에서는 알고 사용했을 시는 말할 것도 없고 멋모르고 사용했을 경우에도 엄청난 비판을 받는다. 일본 극우세력의 행진에서도 사용되는 만큼, 일본 극우세력의 상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라는 잘못 알려진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단순히 '욱일기'라고만 부를 뿐 '욱일승천기'라는 용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욱일승천이라는 사자성어는 일본에서 나와 통용되었다. 한반도에서 일제강점기 이전에 '욱일승천'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사료는 없다. 한국사데이터베이스 및 한국사역사정보통합시스템에서 검색해도 '욱일승천'이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등장한다. '욱일(旭日)'이라는 단어를 일제시대 이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으며, 대부분은 일출(日出)이라 하였다. 욱일승천(旭日昇天)은 욱일동천(旭日東天)과 동의어로 둘 다 일본에서 사용되는 사자성어이며, 한국에선 일제강점기 때 유입되어 전국적으로 알려진 듯하다. 



중국 고전에도 욱일승천은 용례가 없다. 그나마 비슷한 것으로는 시경 패풍(邶風) 포유고엽(匏有苦葉) 편에 있는 옹옹명안 욱일시단(雝雝鳴鴈, 旭日始旦: 끼룩끼룩 우는 기러기, 해 솟는 아침)'이란 구절이나,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욱일동승(旭日東昇: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이라는 구절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욱일승천'에 상응하는 의미로 사용된 사자성어로는 파죽지세, 승승장구 등이 있으며 두 단어 모두 고려시대에 쓰여진 역사서에서부터 등장한다.

일본에서 옛날부터 사용한 욱일승천(旭日昇天: 떠오르는 태양처럼 거침없는 기세)이란 말과 욱일기의 '욱일'을 연관지어 생긴 오류일 터이나, 둘은 아무 관계도 없다. 일본에서는 '욱일승천기 (旭日昇天旗)'라고 해도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듣는 사람이 별로 없다. 중국에서도 흔히 '욱일승천기'라고 아는지 바이두에서 '욱일승천기'라고 검색하면 항목이 줄줄 뜬다. 

우리나라에서는 종종 욱일기의 정식 명칭을 전범기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국기 이름을 공화국기가 아니라 인공기로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욱일기라는 명칭이 사용된 기사에 욱일기를 무조건 전범기로 고쳐 부르라고 하는 덧글이 넘쳐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욱일기도 전범기들 중 하나이므로 욱일기를 전범기라고 부르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욱일기를 전범기라고만 바꿔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정확히 전범기 중 욱일기만을 지칭할 때는 욱일기라고 표현해야 한다.

게다가 전범기의 문서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전범기라는 명칭은 한국에서만 2010년 이후 사용되는 국어사전에도 없는 신조어이며, 국제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애초 '전범(W​ar Criminal)'의 단어 자체가 전쟁 범죄, 또는 전쟁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의미하기 때문에 여기에 깃발을 의미하는 기(旗: Flag)를 붙인 전범기라는 말은 문맥적으로 맞지가 않는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처벌받은 전범은 총 24명이다. 이중 '특정인을 가리키는 깃발'로 해석되기 때문에 애초 전범기란 말은 외국어로 따로 표현하지 않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