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앞에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홀로 꾸려 가시는 국밥집이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도 국밥은 3천 원이었고 할아버지도 인자하셔서 늘 손님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국밥으로 허기를 채우는데 계산대에서 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옆 반 친구들이 국밥을 먹고 5천 원을 냈는데 할아버지가 거스름 돈으로 1만 원짜리 지폐를 주시는 게 아닌가.
그런 광경을 자주 보면서 나는 적지 않은 아이들이 국밥 값보다 더 많은 돈을 거슬러 간다는 걸 알았다.
나는 울화통이 터졌지만 그렇다고 그 친구들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우연히 들은 이야기로는 할아버지가 눈이 어둡고 셈을 잘 못 하신다는 거였다.
그렇게 몇개월이 지났다.
등굣길에 할아버지 국밥집을 보니 조등이 걸려 있었다.
많은 사람이 국밥집 안에서 대성통곡을 했는데 그들 중에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아이들도 있었다.
더 놀라운 일은 그날 아침 조회 시간에 일어났다.
교장 선생님이 단상에 올라 말씀하셨다.
“오늘 새벽 학교 앞 국밥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은 우리 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정년퇴직하고 20년 동안 학생들에게 따듯한 희망을 주셨습니다.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일부러 계산을 틀리게 해서 돈을 더 얹어 주시고, 학교에 장학금도 기부하셨지요.”
순간 모두가 숙연해지고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때때로 국밥집 할아버지가 생각나 괜스레 마음이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