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물의 길' 호불호 갈리는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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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물의 길' 호불호 갈리는 평가

 

개봉 이후 대표적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는 78%로써 미묘한 점수를 기록 중이다. 줄거리는 한두 줄로 요약이 가능할 정도로 평이하며, 사실상 전작보다도 이렇다 할 서사가 없다. 본작이 내세우는 것은 대단한 서사가 아닌 압도적인 영상미와 연출인데, 이를 흠잡을 데 없이 환상적으로 구현해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기나긴 제작 기간의 알맞은 값어치를 해냈고, 3시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눈이 즐겁다. 전작에서 선보인 설정들은 감초처럼 얼굴을 비추고, 해양 부족과 생물을 새로이 선보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타이타닉,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그가 기획한 알리타 등의 비주얼적인 요소가 마치 오마주 시퀀스처럼 들어가 있다는 것도 특이사항. 전개 과정에서 보여주는 여러 연출들은 마치 괴수물과 재난영화를 연상케 한다.

전작이 나비와 RDA 간의 다툼이 다뤄지는 세력 대 세력 구도였다면, 본작의 주요 대립 구도는 제이크 설리(와 그 일가) 대 부활한 마일스 쿼리치 대령(과 소규모 특임대) 간의 개인 대 개인으로 축소되어, 거대한 충돌이라 할 게 없고, 전투 장면의 스케일은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 여전히 나비와 인류 세력은 서로 적대적이며 공방을 주고받지만, 전작에서와 같이 최소 수십 단위의 전투기들이 이크란 기수들이 격돌하고, AMP 슈트를 위시로 한 중보병 부대와 나비 기마 부대가 맞붙는 화끈한 대규모 전투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나 본작에서 판도라에 우주선 한두 대가 아니라 선단급을 이끌고 다시 찾아온 인류가 더는 언옵타늄 채굴 따위를 우선적인 목표로 두지 않으며, 죽어가는 지구를 버리고 본격적으로 판도라를 개척해 이주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대형 떡밥을 던졌으니, 이제 후속작에서 나비와 인류가 끝내 화합하지 못한다면 결국 명운을 건 결전만이 남아있다.



본작 최대 강점인 영상과 연출 면에서는 그야말로 황홀하다. 그냥 비주얼만으로 이미 돈값은 하고도 남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를 정도이고, 평론가들이나 리뷰어,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도 본 작품의 개연성이나 스토리텔링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본작의 미술과 시각효과가 동시기에 개봉한 여러 영화들과 비교해도 확실한 그래픽적, 시각적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은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스토리보다 비주얼에 강점이 있다는 점은 1편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관객을 압도하는 비주얼을 선보였고 세월이 흘러서 기술이 발전한 만큼 1편 이상으로 화려한 효과와 비주얼을 선보였다.

실제로 어비스에서도 드러난, 해양 덕후를 자처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바다 사랑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데, 아무래도 판도라라는 무대가 처음 등장한 1편에서 느낄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세상을 본다'는 식의 감흥은 없지만 다른 세상의 있을법한 바다를 엄청난 그래픽과 상상력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다.

전작에서 주된 주제의식으로 표현되던 식민지배를 위시한 인류 역사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고찰과 더불어 감독 특유의 고도화된 기술의 악용, 거대자본을 내세우는 대기업의 횡포와 환경 파괴에 대한 비판 및 해양 생물 보호 등의 주제의식으로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가족영화, 청소년 영화적인 특색이 강한데, 1편에서 주목하던 양면성과 정체성에 대한 고찰을 작중 등장한 혼혈 나비족 아이들의 고뇌를 통해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제이크 부부의 아이들은 나비족 혼혈과 혼혈 입양아, 나비의 정체성을 지닌. 역시 입양된 인간 소년 등, 노골적일 정도로 원주민 나비족과 구분되는 정체성을 지닌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현실에서 인종차별이나 집단따돌림과 같은 요인으로 다문화 청소년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우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