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드립의 원조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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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드립의 원조 '송영길'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서 정치적 공식 발언 이외의 발언을 통해서도 주목받은 흔치 않은 정치인인데, 바로 "박근혜 변기 사건"의 주인공이자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송영길이 인천시장이던 2013년, 인천에 방문한 박근혜에게 쉬라며 인천시장실을 빌려주었는데, 박근혜가 남이 쓴 변기를 쓸 수 없어서 송영길이 쓰던 사무실 화장실 변기를 없애버리고, 새 변기를 가져와 설치했다고 한다... 하루종일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한두 시간만 있기로 한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한 것이다. 시장실의 침대 담요 같은 것도 새 것으로 다 바꿔버렸다고 한다. 이 발언은 민주당이 탄핵 가결 직전까지 기획한 논스톱 팟캐스트 방송에서, 송영길이 박근혜에게 겪었던 경험을 지나가는 이야기로 했던 것인데, 인터넷을 통해 이것이 퍼져나가 큰 화제가 되면서 인터넷에 박근혜의 다른 화장실 집착 기벽에 대한 발언이 나오고, 주요 방송과 언론에서도 수차례 언급이 되는 등 후폭풍이 상당히 컸다.

 


후폭풍이 생기자, 며칠 뒤부터 이에 대한 방송언론 인터뷰도 따로 받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그때 송영길이 밝힌 바로는,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시장실 변기는 상당히 깨끗한데, 남성이 쓰던 변기라 그걸 크게 꺼리는 성향이 있나? 공식적으로 숨기는 결벽증이라도 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그냥 그런 대로 넘어갔다고 한다.

송영길의 인천시장실뿐만 아니라, 일단 대한민국 광역자치단체 건물 화장실은 상식적으로 알려졌다시피 며칠에 한 번이 아니라 (주말 제외) 매일 청소를 한다. 게다가 수백만의 인구가 사는 곳을 관리해야 하는 직책상 일반공무원처럼 자기 사무실에 하루 종일 있는 게 아니라 외부행사를 갈 일이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장이 평소에 사무실에 오래 있지 못해, 그 화장실을 자주 쓰지도 못한다. 어쩌다가 박근혜 방문의 경우처럼 시장실에 오는 손님이 한두 번 쓸 때는 있겠으나, 자주 있는 일도 아니고 거의 시장 한 명만 쓰는 것이기에 여러 명이 쓰는 것도 아니라 더러울 가능성은 너무나 희박하다. 게다가 오히려 그날 전에 대통령 온다고 하니 더 청소를 깨끗이 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송영길은 그것보다는 대통령과 인천 재정 상황 같은 것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며 의견을 교환하길 원했단다. 특히 러시아와 인천의 교류에 대해 협조를 요청하고 싶은 게 있었다고 한다. 송영길은 그 전에 러시아 방문 후 블라디미르 푸틴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변기 공사가 끝나자 박근혜가 시장실에 혼자 들어간 뒤에 다른 사람들 절대 못 들어가게 경호원들로 문앞을 완전히 막아버려서 서운했다고 한다. 박근혜가 돌아갈 때가 되자 송영길이 '이거 도로 다시 뜯어가면 어떡하지?'하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고 그냥 다 가 버려서, 시장 임기 끝날 때까지 대통령이 남겨놓은 그 변기와 담요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더 지나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박근혜의 특이한 습관 및 행적에 대해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쏟아지자 그 기억이 떠올라 '그 일은 진짜 좀 정상이 아니고 이상했던 거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럴 기회가 와서 말했던 것이라고 한다.

이 변기 이야기는 대중적 충격을 주며 대히트를 쳐서 신문과 뉴스에까지 나와 회자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박근혜가 탄핵 가결 후 파면이 되고, 감옥에 구속까지 된 이후에도 계속 대중에 회자되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심지어 몇몇 종편 뉴스에서는 박근혜가 검찰 내 어떤 조사실에서 조사받는다는 정보뿐만 아니라, 검찰 건물 내에서 그녀가 사용할 것으로 예측되는 화장실의 위치 정보까지 취재하여 보도했다. 그것도 역시 이 변기 폭로 사건의 영향을 받은 일이라 할 수 있다. 넷상에서 '검찰 조사 받을 때는 어떤 변기를 쓰냐', '구치소 변기는 뜯고 정든 청와대 변기로 바꿀 수 있겠냐?', '나중에 교도소로 옮기게 되면 구치소에서 쓰던 변기 가져갈 수 있냐?' 등 수많은 변기 드립의 원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