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번역을 박지훈이 담당한다는 소식에 팬들은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우려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엔 그간 보여온 오역 논란에 정점을 찍었다. 거액을 들이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대형 프로젝트에 걸맞지 않은 오역가의 쓰레기 번역으로 인해 영화 내용 자체를 흔들어 버렸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오역을 넘어서는 솜씨라는 평까지 있다. 이곳에 구체적으로 서술된 오역과 괴상한 의역을 제외하더라도, 2시간 반이 넘어가는 영화 내내 이상하고 아쉬운 번역이 아무리 길어도 두세 대사 간격으로 나오는 수준의 발번역이다.
<주의: 아래 내용부터는 스포가 있습니다>
"Endgame"
닥터가 토니를 살리기 위해 타임 스톤을 넘겨주고 난 후, 왜 그런 짓을 했냐는 토니의 질문에 "We're in the endgame now.(이제 최종 단계에 들어선 거야)"라고 대답한다. 이후 타노스가 우주 규모로 지적 존재의 절반을 소멸시킬 때 "다른 방법이 없었다(There was no other way)."라는 말을 남기면서 그도 사라진다. 이는 타노스와의 결전에 앞서 타임스톤으로 14,000,605가지의 미래를 내다보고 그중 타노스를 이기는 단 한 가지 시나리오를 알아낸 닥터의 설계였으며, 이제 '마블 히어로들이 타노스에게 승리하는 결말'을 위한 최종 단계가 시작될 것이라는 뜻을 토니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하지만 공식 번역에서는 이 중요한 대사를 "이제 가망이 없어"라고 번역하여, 닥터가 모든 것을 자포자기했다고 관객이 오해하게 만들었다. 영어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화자라면 당연히 뜻을 아는 관용구를, 프로 번역가가 단어 그대로 '끝난 게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덤으로 닥터가 사라지기 전 말한 "다른 방법이 없었어"라는 대사는 제대로 번역되었지만 앞부분의 오역의 느낌을 이어받아 버려서, 이 영화에 나온 다른 인질극 클리셰와 똑같이 토니를 살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는 뜻으로 관객들이 오해하게 만들었다.
네이버 사전에서 end game을 검색하면 '(체스·경기의) 최종회, 막판; ((일반적으로)) 최종 단계'라는 뜻을 제시하며, 영영사전 및 다른 사전에서도 그 뜻을 다르게 설명하지 않는다. end game이란 명사의 첫 번째 뜻이 체스의 종반전이며, 그 외에는 체스 용어에서 파생된 관용어로 쓰인다. 한국어에서 '끝내기, 종반' 같은 바둑 용어를 일상생활에 접목시켜서 사용하는 걸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제 최종장에 들어간 거야"라고 해도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고, 속되게 의역한다고 해도 "설계한 대로야"라고만 해도 최소한 의도는 제대로 전달이 됐을 것이다.
지난 마블 영화들을 꾸준히 봐 왔다면 알겠지만 닥터는 도르마무에게 셀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번 죽임을 당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와 집념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갑자기 누구보다 빠르게 스톤을 넘겨주고 포기를 한다? 또 심지어 바로 앞 1시간 전에 닥터가 토니에게 "다른 누군가에게 무슨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스톤 지키기를 더 우선시하겠다. 왜냐면 이 스톤을 뺏기는 순간 여기 있는 우리 목숨은 물론이고 전 우주가 멸망하는 거니까"라고 다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잘못된 번역 때문에, (그다지 친분도 없는) 토니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냉큼 스톤을 건네줘 버리는 앞뒤가 안 맞는 요상한 장면이 되어버렸다.
이 장면들은 영어권 관객들에게는 "역시 닥터가 뭔가 계획이 있구나"고 환호하며 와칸다에서의 마지막 전투에 희망을 걸고, 반전 엔딩 이후엔 차기작 어벤져스 4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대사였지만, 오역된 자막으로 내용을 파악한 한국 관객들 입장에서는 그냥 아무런 반전의 씨앗도 없이 타노스에게 완벽히 패배한 꼴이어서 "결말이 왜 이래?"라는 김빠진 생각이 들게 만든다. 덕분에 후기를 검색해 보면, 영화관에서 볼 때는 닥터를 타노스를 깨운 스타로드와 함께 인피니티 워 2대 트롤러로 생각하다가 집에 와서 검색해보고 나서야 큰 그림인 것을 알았다는 반응이 많다. 원래대로라면
1. "단 한 가지의 승리 시나리오가 있다"
2. 타임스톤을 넘겨준 후 "이게 최후의 한 수다"
3. 사라지기 전 "(승리하려면) 이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의 흐름이, 오역 때문에
1. "단 한 가지의 시나리오가 있다"
2. 타임스톤을 넘겨주고선 "우리 다 망했다"
3. 사라지기 전 "(토니를 살리려면) 방법이 없었다"
가 돼버린 것이다. 배경 지식이 없는 관객이 자막만 보아서는 정상적인 흐름을 절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더불어, 맞게 번역하였다면 스타로드의 트롤링도 닥터 스트레인지가 본 승리의 조건 중 하나일 거라고 한국 팬들도 추측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오역 때문에 닥터가 본 단 한 가지 방법이 협공으로 인피니티 건틀릿을 뺏는 것이었으며 스타로드가 모든 것을 망쳐 닥터 스트레인지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이게 된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물론 스타로드가 실수를 저지른 바람에 패배로 기운 것이 사실이지만, 저 오역으로 인해 1,400만 가지 미래를 봤음에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대사 하나로 영화 마지막의 톤을 완전히 바꿔 버렸고, 결말의 맥이 빠졌으며 감독의 연출 의도 및 제작사의 후속작 기대 수익, 마케팅과 브랜드 관리에까지 손상을 입혔다고 볼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다. 상영이 막 시작된 이 시점에 재빨리 오역 수정이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지만, 디즈니 코리아는 오히려 박지훈 번역가를 옹호하는 선택을 하였다. 스타뉴스의 기사에선 왜 end game을 '가망이 없다'로 번역했는지 박지훈의 의도가 실려 있다. 기사에 따르면 아래와 같다.
'어벤져스3'를 일단 마무리하고 '어벤져스4'에 대한 궁금증을 유도하기 위해 "가망이 없어"라고 번역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색이 짙고 아이언맨은 살려야 했기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노스에게 스톤을 넘겨준 상황을 그처럼 옮겼다는 것. 3편을 그렇게 마무리해야 4편에서 반전이 있을 경우 관심과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근본적으로도 당연히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영화 대본의 대사 하나하나가 전부 감독, 각본가, 원작가 등등 수십 명의 사람들이 의논하고 짜맞춰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재미와 의미를 관객들에게 최대한 잘 전달하기 위해 쓰인다. 동시에 관객들이 보고 싶은 건 이들이 전달하려는 의도다. 그런데 이를 대본을 작성하는 데 관련된 사람도 아닌 번역가 한 명이 자기 멋대로 생각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감독 등의 의도와 전혀 다른 대사로 바꾼다는 건 오역을 인정하는 것보다 더 무식한 행위로 당장 잘려도 할말없는 짓이다. 심지어 박지훈이 바꾼 대사는 그냥 틀리게 번역한 수준도 아니고 아예 없는 문장을 창작한 수준인지라 더 문제가 된다. 그야말로 내용을 바꾸고 망치는 테러인 셈이다.
이렇게 박지훈 혼자만의 판단으로 어벤져스 3편에서 내용이 끝나는 것처럼 바꿔 놓아서, 당장 인터넷 후기만 검색해 봐도 히어로들이 패배하고 끝나는 뜬금없는 엔딩에 "무슨 히어로 영화가 이러냐"며 엔딩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하물며 영화가 끝나고 '이제 어벤져스 안 나오겠네?'라고 묻는 커플들도 있었을 정도로 착각의 소지가 다분한 오역이다. 만약 4편이 나와도 박지훈의 자막으로만 내용을 이해한 관객은 어벤져스 4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계획이 나와 봐야 '반전'이 아니라 '전편에선 포기해 놓고 뜬금없이 왜 저래?'라고 오해하게 된다. 오히려 4를 기대하게 하려면 '아직 지지 않았다'는 희망을 주어야지, 어벤져스 4 떡밥을 투척하는 대사를 아예 반대방향으로 번역해 놓고는 4에 대한 궁금증을 유도한다니? 이 오역은 '이건 닥터 스트레인지의 계획임'을 보여주는 대사를 번역가 혼자만의 판단으로 어벤져스 3편에서 스토리가 끝나는 것처럼 바꿔놓은 것이다.
거기에 어벤져스 4의 정식 부제가 Endgame으로 정해졌다는 루머까지 떴는데, 이대로 제목이 확정된다면 후속작과 내용상의 연결을 파괴한 오역을 저지른 것을 넘어서서 아예 제목에서 드러나는 직접적인 연결성마저 파괴한 주범이 되어, 박지훈은 추가로 1패를 적립하게 된다.
거기에 인피니티 워의 감독인 조 루소가 인터뷰에서 밝히기로, 닥터 스트레인지가 타임 스톤을 포기한 것은 그것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확실하게 못박았다. 이로써 박지훈의 번역과 그에 대한 해명은, 감독의 의도를 번역가가 임의로 뒤바꿔버린 행위라는 것이 명백해졌다.
5월 1일 현재 일본에서 개봉한 자막은 End game의 뜻을 나름 잘 살려놓았다. "あとがなくなったな(아토가 나쿠낫다나)"로 번역되었다. 일부 의견은 이 문장에 대해 "이 다음은 없다" "절망적이다" 라는 뜻이며 한국 오역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일본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다. 해당 문장은 일본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다 한 후에 마지막을 기다려보자" "각오를 하자"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고, 대한민국에서 번역했던 것처럼 '우리 다 망했다'는 표현으로는 보통 "もう 終わりだ(모오 오와리다)" 같이 '오와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이 더 자주 쓰이기 때문에, 적절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번역 외에도 인피니티 워 개봉과 같은 주에 있었던 2018년 남북 정상 회담을 전후하여 일부 언론은 북핵 문제에 '비핵화 엔드 게임'이라고 칭하며 이를 종반전이나 종착역이라고 설명하여 본래의 용례에 맞게 사용한 사례도 있다. 기자들이 본래의 의미로 사용하는 단어를 명색이 직업 번역가가 몰랐다는 건 심각한 자질 결여라는 걸 방증한다.
"어머니"
영화 다 끝나고 나오는 쿠키영상의 오역을 "Endgame", 타노스의 동기, 아스가르드인들의 행방 같은 영화의 주요 내용의 오역들과 같이 취급하게 만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상함을 느낄 정도로 어이없는 오역
쿠키영상에서 새뮤얼 L. 잭슨의 전매특허 대사인 "Motherf..."를 "어머니"로 번역해 버렸다. 퓨리가 의도했던 말을 다 하지 못했기에 f 발음을 캐치하기 어려울 소지는 있겠으나 화면에서 퓨리의 입모양을 잘 보면 'Mother' 뒤 f발음을 내기 위해 윗니를 아랫입술에 갖다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새뮤얼 잭슨 문서에 들어가 보면 motherfuck 단어 내뱉는 영상만 따로 모아놓을 정도로 욕 발음으로 유명한 배우다. 영미권에서도 마지막 장면을 놓고 사무엘 잭슨 배우를 잘 활용한 개그씬이었다 할 정도. 배우나 캐릭터의 특색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장면의 느낌까지 망친 최악의 오역.
오죽하면 국장의 어머니가 캡틴 마블이냐는 반응도 있다. 이에 각종 관람자들은 "효자 납셨네"하며 박지훈을 비꼬는 중. 닉 퓨리의 입모양과 마지막에 들리는 'fu'발음을 보면 당시 발언이 엄마 찾는 게 아님을 모를 수 없다. 상황이나 문맥을 고려한다면 "이런 씨..." 정도로 옮겼어야 하며, 관람 연령대를 고려한다는 핑계도 댈 수 없는 것이 박지훈이 번역했던 토르: 라그나로크에선 '개새끼'란 표현도 여러 번 나왔다. 본 작품에서도 스타로드가 타노스에게 Asshole이라고 한 걸 '개자식'이라고 번역했고 심지어 스파이더맨에게 'Insect'라고 타노스가 일갈하는 부분은 벌레 새끼라고 없는 말까지 덧붙였다. 분명히 ''Motherfu..." 의 순수한 직역은 "니미 씨..." 인데다 순화해도 거친 말이 나올 것을 난데없이 '어머니'로 번역한 건 번역가의 역량부족이다. 그리고 이미 황석희가 스파이더맨: 홈커밍 엔딩에서 메이숙모의 "What the fu.." 대사를 "뭐야 ㅆ.."라는 번역으로 별문제없이 사용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망할..." 정도로만 번역해도 최소한의 욕지거리 표현을 에둘러 피할 수 있으니, '어머니'라 옮긴 것이 욕설 표현을 없애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스타크래프트 2의 해병의 사망 시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의 경우 게임은 가능한 많은 연령대를 포섭할 수 있는 등급을 받는 것이 제작사에 이득이 되고, 또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제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병사들이 마지막으로 그리워하는 것이 가족, 특히나 부모님이기에 본래 대사를 'motherfuck'로 추정하더라도 한국판에서는 '어머니...'로 번역한 것을 납득할 수 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자막이 아니라 더빙을 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죽어나가는 일개 병사의 단말마로서 처절함이 묻어나는 톤을 더해 어색함이 줄어들었기도 하다. 실제로 서양권 내에서도 한국과 동일한 번역을 한 경우가 많은데, 이탈리아어판에서는 "Mamma(엄마)"로, 스페인어판에서는 "Madre(어머니)"로, 프랑스어에서는 "Maman(엄마)"로 번역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오역이 아니라 오히려 초월번역으로 꼽는 사람도 상당수다. 그러나 닉 퓨리와 같은 산전수전 다 겪은 조직의 국장이 지금까지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기는 상황에서는 단 한 번도 찾지 않다가 이제 와서 뜬금없이 어머니를 외치며 효자설 논란을 일으킨 번역은 용납하기 어렵다. 즉, 더빙을 통해 아련하게 어머니를 부르는 것으로 내용 자체가 바뀐 해병과는 달리, 닉 퓨리는 소멸해 가는 과정에서 험악한 표정과 말투로 하는 대사라는 것이 문제다.
다만 밑의 발없는새의 말처럼, 대본만 보고 번역했다면, 그리고 대본에 'mother'라고만 적혀 있었다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실수이긴 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그럴 가능성도 적다. 대본을 봤다면 대본에 'Nick Fury: Motherfu...'라고 나와 있었을 것이므로 이 대사를 사무엘 잭슨이 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게다가 박지훈 본인이 과거 인터뷰에서 번역 시 "워크맨을 갖고 작업한다"며 녹음본을 받는다는 걸 분명히 한바 있기도 하다. 그의 대사가 처연한 "어머니..."가 아니라 "Motherfucker"라고 하려다 잘렸다는 건 소리로만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번역가 본인의 실력 부족으로 다른 실력있는 번역가들은 정확하게 번역한 부분을 오역해 놓고 하는 변명에 불과하다. 말이란게 상황에 따라서 뉘앙스와 의미가 달라지는 거고 그걸 번역하면 당연히 더더욱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건데, 그냥 워크맨 달랑 들고 소리만 들어서 번역한다는 거 자체가 문제다. 그걸 변명이랍시고 늘어놓는 것부터가 박지훈이 번역을 하는 것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본인은 저게 변명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 아닌가.
물론 일본 번역에서는 'くそっ(썩을...혹은 젠장의 의미)'로 잘만 번역해 놓았다.
"타노스의 동기"
타이탄 행성에 들른 타노스가 에보니 모 대신 기다리고 있던 히어로들을 마주하고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 곳 타이탄 행성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장면에서 캐릭터의 논리를 왜곡시키는 심각한 자막 오역이 존재한다.
타노스의 대사에 따르면, 인구과밀과 자원고갈 문제에 직면했던 타노스의 고향 타이탄 행성은 타노스가 제안했던 인구의 절반을 죽이자는 해결책을 무시했고, 결국 종말을 맞아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이 됐다. 그 후 우주로 나간 생존자 타노스는 가모라의 고향 행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들을 침공하여 자신의 해결책을 실행하고, 그 행성에 다시금 번성을 가져오는 효과를 보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 확신을 갖게 된 타노스는 인구 절반 죽이기에 더더욱 집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자막에서는 타노스가 실제로 타이탄의 인구 절반을 죽였다고 써 놓았다. 이 황당한 오역 때문에 자막상으로 타노스는 자신의 해결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게 이미 모행성에서 입증되었는데도 계속 우주 인구의 절반을 죽이려하는 멍청이 학살광이 되었다. 결국 히어로물의 완성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이번 영화에서 극찬받는 빌런의 매력요소 중 하나인 '빌런의 동기'라는 부분을 완전히 왜곡함으로써 빌런의 매력과 영화 자체의 작품성도 망쳐 버렸다.
'아스가르드인들의 행방'
처음 가오갤 멤버들을 만난 토르가 타노스에게 '내 백성의 절반'이 죽임을 당했다고 하는 부분을 번역하지 않고 넘어감으로써 나머지 절반의 아스가르드인들은 죽지 않고 탈출하였음을 암시하는 부분을 날려버렸다.
분명히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피난선에 함께 하고 있던 발키리와 코르크, 미에크 콤비도 인피니티 워에서는 볼 수가 없다. 이는 저 대사를 아는 외국에서는 '그렇다면 발키리가 아스가르드인들 중 생존자들과 함께 탈출한 것인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 부분을 번역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에서는 아스가르드인들이 멸종하고 발키리는 모습도 비추지 못하고 죽은 듯한 상황으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이 대사를 통해 우주의 균형을 위해 거의 언제나 절반만 죽이는 타노스의 법칙이 아스가르드 난민들에게도 적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타노스의 강박적이기까지 한 성향을 시작부터 드러내는 대사인데 번역을 빼버리면서 이야기 전개를 방해한다.
거기에 인피니티 워의 감독인 조 루소가 인터뷰에서 발키리는 살아있으며 타노스에게 죽지 않은 절반의 아스가르드인들과 함께 탈출선을 타고 탈출한 우주난민상태라고 밝혔다. 해당 대사를 자막에서 제거하면서, 이러한 내용을 이해할 여지조차 제거해버린 사례가 되었다.
'인피니티 워의 개연성을 파괴한 토르3 오역'
Your sister. Her power comes from Asgard, same as yours. When it grew beyond Odin's control she massacred everyone in the palace and tried to seize the throne.
발키리
인피니티 워와 시간대상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토르: 라그나로크로부터 비롯된 오역. 라그나로크에서 발키리가 토르에게 "그녀의 힘은 아스가르드에서 나와. 너처럼."("Her power comes from Asgard. Same as you.")이라는 말을 하는데, 박지훈이 한 번역에서는 "너처럼"이라는 말이 생략됐다. 이 번역 생략 때문에 아스가르드의 존재 유무는 헬라에게만 영향이 있고 토르와는 무관하다고 대부분의 관객들이 오해하게 되었다.
이 오역 때문에 한국 관객들만 토르가 본작에서 타노스에게 처참하게 당한 이유, 스톰브레이커에 집착하는 이유를 오해하게 되었다. 아스가르드가 파괴되면서 토르 역시 힘을 잃은 탓에 타노스에게 무기력하게 패배했고 타노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힘을 되찾을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게 된 것인데, 저 오역으로 인해 그냥 막연하게 타노스보다 약하니까 발렸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스톰브레이커를 만들려고 했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토르가 중성자별의 에너지를 힘이 약해진 상태로 받아 죽어가는 와중에 에이트리가 토르를 챙기기 보다 스톰브레이커를 완성하려한 것도 잃어버린 힘을 되찾아 살아날 수 있게끔 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한편 토르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 만난 후 '타노스는 아직 나랑 싸운게 아니다' 라고 언급한 대사가 있었는데 이를 앞의 이유들을 생각하면 단순히 복수심에 불타는 씬이 아니라 힘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힘으로 맞선적이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라그나로크와 인피니티 워에서 아스가르드의 파괴가 가지는 서사적 중요성과 이게 토르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번역가 한 명의 무책임과 무능 때문에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과 그에 따른 개연성이 날아가버린 꼴이다.
'캐릭터의 정체성과 영화 주제 무시'
캡틴이 비전을 희생시킬 수 없다며 "생명은 거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역설하는 "We don't trade lives"를 번역하면서, '친구를 버릴 수 없다'로 창작을 감행했다. 의미 자체가 다른데, 원문은 생명을 두고 서로 저울질하며 거래를 할 수 없다, 즉 수백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한 생명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까지 MCU를 통해 보여준 캡틴의 "신념"을 표현한 중요한 대사임과 동시에, 생명을 저울질해 우주를 구하려는 타노스의 사상과 완벽히 대치되어 사상과 사상의 충돌, 나아가 영화의 주제의식을 나타내는 대사인데, 영화에선 그냥 비전은 우리 편이니까 못 버린다는 1차원적인 대사로 번역해버린 것.
이는 "친구를 버릴 순 없어"라는 말도 비전의 생명을 소중히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오역인 닥터나 퓨리의 대사와는 경우가 조금 다르나, "생명을 저울질할 순 없어"와 같이 번역했어야 맞으므로 창작번역을 한 셈. 중요한 건 왜 비전을 희생시킬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원문은 생명 자체를 저울질할 수 없으므로 이 논리면 비전 자리에 자기들이 모르는 아무나 넣어도 희생시킬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이다. 근데 번역본은 비전이 친구라서 버릴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 친구가 아닌 다른 누구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대사 자체만 보면 뜻이 통할지 몰라도 캡틴은 저런 식으로 얘기할 캐릭터가 아니다. 결국 원문의 뜻을 엉뚱하게 전달했고 빌런과 영웅의 근본적인 사상 차이라는 좋은 구도를 그냥 날려버렸다.
해당 대사가 제대로 번역되었다면 영화를 보면서 '우주의 생명체 절반이 죽느니 그냥 비전을 희생하는 게 낫잖아'라고 생각한 관객들에게 한 번쯤 생각할 만한 여지를 만들어 줬을 수도 있었을 텐데, '친구를 버릴 수 없어'라는 1차원적인 답변을 던져줌으로써 친구에 얽매이다가 망하는 발암 시나리오로 느껴지게 만들어버렸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은 생각으로 비전을 희생시키기 원하는 관객에게 있어서도 단순히 '친구니까'가 아니라 '생명은 거래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점'을 떠올리게 했다면 이러한 논리의 충돌에 대해 관객들 각자가 생각해볼 여지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결말 부분의 와칸다 전투 장면에서 부상당한 비전이 캡틴을 구해주었을 때, 캡틴이 "도망가라고 했지 않느냐"라고 했을 때 비전이 캡틴의 앞선 대사를 똑같이 한다. 이 상황은 정말로 비전이 친구인 캡틴을 버리지 않은 장면이었으며, 박지훈이 'trade lives'를 뜬금없는 말로 번역한 이유가 다름아닌 이 장면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성의한 번역'
- 타노스가 잔다르에서 파워스톤을 '훔쳐왔다(stole)'고 번역했다. 하지만 많은 번역 사례와 그 다음 스페이스 스톤을 얻을 때도 같은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볼 때 '빼앗았다' 정도가 옳은 번역이다. 영화 내에서 보여지는 타노스의 강력함과 당당함을 보면 몰래 잠입해서 뭔가를 훔쳐오는 좀도둑에게나 쓸 법한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분명 'decimated Xandar(잔다르를 파괴했다/약화시켰다)'라며 타노스가 잔다르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는 언급이 있는데 이 역시 무시되었다. 잔다르에서 강탈했다고 표현하는것이 좀 더 나았을 것이다.
- 에보니 모는 일관적으로 문어체에 가까운 고급스러운 어조를 사용하며 타노스를 제외한 다른 생명체들을 멸시하는데, 이걸 전부 뭉뚱그려 번역해 버렸다. 예를 들어 뉴욕에 첫등장했을 때는 닥터 스트레인지만 '스톤 키퍼'라고 부르고, 토니는 옆에서 짖어대는 짐승 혹은 동물 취급하면서 개무시하는 대사에서 딱히 주의깊게 듣지 않아도 animal이란 단어가 나오지만 그냥 넘어갔다. 어조를 전혀 살리지 않은 번역은 지금도 유머 소재로 사용되는 토르의 문어체를 단순한 구어체로 번역한 어벤져스 1편 이후 무려 7년간이나 지적당했음에도 발전이 없다. 마블에서 어투는 어벤져스 1편에서 토르와 아이언맨의 대화에서 셰익스피어 드립이나 어벤져스2에서 캡틴의 "랭귀지" 드립 같이 꾸준히 사용되는 장치인데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어조 자체를 날려버렸다.
- 웡의 대사였던 인피니티 스톤의 능력 설명을 전부 음역하여 영화 이해를 방해했다. 음역을 해야 할 부분과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구분하지 못한 사례. 각 스톤들을 지칭하는 경우라면 고유명사로 보고 음차한 것이라 볼 수 있으나, 이 경우에는 각 스톤이 관장하는 힘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어로 풀어서 번역했어야 이후 타노스가 활용하는 인피니티 스톤의 능력들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번역가가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다는 증거이며 문맥을 살피지도 보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도 않았다는 증거다. 실제로 영화관에서 이 장면이 나왔을 때 곳곳에서 실소가 터졌다. 전혀 웃긴 장면이 아니지만 인피니티 워의 번역 상태가 엉망이라는 사전정보가 있는 관객들은 스페이스, 마인드, 소울 하면서 음역하는 자막 꼬라지를 보면서 왜 번역가가 욕을 먹고 있는지 처음으로 실감 하게 되는 것이다.
- 비전이 블랙 오더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어 신체 밀도를 조절하는 능력(Phasing)을 잃은 부분을 단순 음역하여 "페이징 능력이 사라졌어"라고 한다. 이는 '물질 통과 능력을 잃었어'라는 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번역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징'이라고 음역해 버려서 오히려 관객이 오해할 소지를 낳았다. 실제로 이 능력의 명칭을 언급한 최초의 장면이기 때문에 '아크 리액터'나 '스파이더 센스'같은 고유명사로 인식했을 수도 있으나, 그러면 영화부터 잘못 이해한 것이므로 여전히 변명의 소지는 없다.
-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도 지적받았던 '레비테이션 망토(Cloak of Levitation)'도 그대로다. 더빙판에서 '공중부양 망토'로 번역되었던 걸 생각해보면 피드백조차 하지 않는 모양. 또한 'Cauldron of the Cosmos(우주의 솥)'를 '코스믹 칼드론'으로 바꾸는 창조 번역까지 보여주었다.
- 토르가 니다벨리르에서 에이트리와 새로운 무기를 만들 때 별의 'Iris'(조리개)가 고장나서 'metal(금속)'을 녹일 수 없다고 에이트리가 언급하는데, 이를 아이리스와 메탈로 그대로 음역했다. 아이리스는 국내에서도 카메라 전문용어로 쓰이는 말이긴 하나 굳이 쉬운 말 놔두고 어렵게 번역할 이유가 없다.
- 타노스가 콜렉터를 협박할 때 '넌 잡동사니와 네 동생도 바꿀 놈이지'란 대사. 이는 토르: 라그나로크에 등장하는, 콜렉터의 형인 그랜드마스터를 암시하는 말이다. 참고로 라그나로크 번역자도 박지훈이다. 해당 영화에 사촌 동생도 나오기 때문에 이걸로 이해한건가 할 수도 있지만 박지훈 능력에 그럴 리도 없고 애초에 younger brother이라 한 것도 아니라 그냥 형제라고 번역하면 되었을 부분이다. 뉘앙스 자체도 "넌 잡동사니 하나에 형제도 팔아넘길 놈이지." 정도가 의미 전달이 더 잘 된다.
- 제임스 로드가 로스 장관의 통신을 꺼버리고 캡아 일행을 맞이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군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대사는 court martial (군사재판)감이라고 한다. 그대로 번역해도 되는 부분이지만 단순 위법과 재판은 뉘앙스가 다르기 때문에 왜 바꿨는지 이해가 불가한 부분.
- 완다가 비전의 마인드 스톤을 파괴하기 전 망설이자 비전이 하는 대사인 'It’s alright, you can never hurt me. I just feel you.(괜찮아, 넌 날 다치게 할 수 없어. 난 너를 느낄 뿐이야.)'를 '만약 잘못되도, 우린 영원히 함께 할꺼야. 난 널 느끼니까'로 대사를 완전히 무시하고 상황에 맞춰서 재창작했다. 그리고 'I just feel you'는 영화 전반부 스코틀랜드에서의 둘의 애정씬에서 완다가 비전에게 했던 대사다. 이 부분은 '뭐가 느껴져(Tell me what you feel)'라는 비전의 물음에 '그냥 자기'라고 대답하는 식으로 번역되었다. 둘의 비극성은 창작된 자막으로도 느낄 수 있긴 하지만 원래 대사가 의도하던 수미상관은 실종되었다.
'유머와 위트 전달력 부족'
- 토니 스타크가 에보니 모에게 "징징이(squidward)"라고 부르는 대사는 그냥 짤렸다. 그밖에도 닥터가 흥분해서 토니를 "이 등신아(Douchebag)"라고 부르는 것 등도 그냥 깔끔하게 무시되었다.
- 노웨어에서 스타로드가 가모라를 제압한 타노스에게 "그녀를 풀어줘, 그리미스(Let her go,Grimace)"란 대사에서 그리미스를 생략하고 번역하였다. 국내에서는 보라색 뚱이같은 맥도날드 캐릭터인 그리미스가 인지도가 없어 그냥 생략한 것 같은데, 단순하게 보라색 괴물 내지는 보라색 뚱땡이라고만 했어도 유머성 대사임을 나타낼 수 있었을 것 같다. 국내에선 보라색 캐릭터로 가장 유명한 보라돌이 정도로 번역해도 됐을 것이다. 실제로 비슷하게 가오갤 2에서 테이저페이스를 놀리는 로켓이 "Scrotumhat(불알모자)" 라 부르는 장면을 "불타는 거시기"로 의역한 적이 있기에 이 부분도 충분히 의역이 가능했다.
- 예고편에도 나왔던 스타로드가 아이언맨의 계획을 지적하는 장면. "네 계획은 최고야. (사이) 구리다는 것만 빼면(I think it's good, except it sucks.)"이라는 개그성 대사를 '네 작전은 괜찮은데 좀 별로야'로 밋밋하게 번역하였다. 시간차를 두고 반전을 주는 말장난을 한 문장 안에 때려넣음으로써 그냥 흘러가는 대사로 만들었다.
- 토르가 '타노스는 노웨어(Knowhere)로 갔을 거야'라고 하자 노웨어가 뭔지 모르는 맨티스는 그 말을 '타노스는 어디에도(nowhere) 가지 않았어'로 이해하고 '어디로든(somewhere) 갔겠죠'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자막에선 '그런 곳은 없어요'로 나왔다. 해당 개그의 특성상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내용이긴 하다.
- 타이탄 행성에서 작전을 짜는 장면 중 스타로드가 스파이더맨에게 '영화 풋루즈(Footloose)가 아직도 가장 위대한 영화니?'라고 묻자 스파이더맨은 '그 영화 가장 위대했던 적 없는데요'(It never was.)라고 대답한다. 누가 봐도 세대 차이와 스타로드가 고향의 대중문화를 접한 지 오래 지난 것에서 생기는 개그신이지만 자막상으로는 스파이더맨의 대답을 '아뇨' 라고만 번역해서 관객들이 개그신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이건 한국 관객들이 풋루즈가 익숙한지 아닌지와는 관계없이 영어의 말장난을 이해 못 한 것이다.
- 토르의 멋진 외모를 보고 열등감이 폭발한 스타로드가 토르의 목소리 톤과 억양을 흉내내어 말할 때에도 존칭과 표현을 재미있게 사용하는 것이 적지 않았는데 그냥 밋밋하게 번역되었다. 드렉스와 토르도 원래는 지금은 고작 셰익스피어 작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하오체 따위나 고어적인 말투를 가지고 있어 토니도 가끔 놀리기도 하는데 자막에서는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번역가의 역량 부족 혹은 안일하고 불성실한 작업 자세로 인해 캐릭터의 특성 하나가 퇴색한 셈. 다만 스타로드가 토르를 흉내낼 때는 목소리가 우스꽝스러워서 자막이 아닌 배우의 목소리와 연기를 보고 부분적으로나 웃을 수 있었던 장면이기는 하다. 또한 이 말투는 개그포인트 중 하나인데 미국의 대중문화에서 고풍적인 인물들은 영국식 발음을 하는 경우가 많고(스타워즈 시리즈의 레아 공주도 처음엔 어색한 영국식 발음을 하다가 포기했는지 후반부엔 그냥 미국식 발음을 한다), 아스가르드인들도 대부분 의도적으로 영국식 발음을 한다.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의 작품이었지만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시기에 위트있는 연출과 표현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번역가가 이것을 살려주지 않아 마냥 어두운 영화가 되어버렸다.
'오역 논쟁이 있는 부분'
- 우주를 관측하고 거대포탈장치인 비프로스트를 관리하는 문지기의 역활을 수행했던 헤임달이 마지막으로 힘을 짜내 헐크를 지구로 보낼때 나온 대사가 암흑에너지라는 표현 대신 사악한 마법이라는 뉘앙스로 오역되었다고 하지만 애초에 원문 자체가 Let the dark magic flow within me one last time (마지막으로 단 한 번 암흑의 마법이 몸에 흐르게 해 주소서) 이라 어둠의 힘으로 해석한 건 오역이라고 볼 수 없다. dark magic이 사악한 흑마법 등으로 해석하는게 친숙해서 그렇지 dark라는 단어는 물리학적인 의미로도 충분히 쓰일 수 있다. 또한 아스가르드는 마법과 과학의 경계가 희미한 곳이기 때문에 마법이라는 단어도 문제없다.
- 포탈을 열어 블랙오더의 일원인 컬 옵시디언의 팔을 잘라낸 웡에게 토니가 "웡, 내 결혼식에 와." 라는 명령형에 가까운 평서문을 사용했는데, 그냥 뜬금없는 결혼 초대로만 여겨지는지 관객들이 실소를 터뜨리지 않고 잠잠했다. "웡, 자넨 내 결혼식에 꼭 와." 등으로 고마움과 호의가 드러나야 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 웃음이 터진 상영관이 영 없지는 않겠지만 전투중에 뜬금없는 청첩장 돌리기가 되어 아쉬움이 남는 번역이다.
- 비전이 완다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다. 비전은 본래 완다에게 존대로 번역되었고, 본작에서 비전이 반말을 하는게 차라리 덜 어색할 만큼 짧고 가벼운 심정의 대사가 있던 것도 아니기에 반말은 필요 없는 어색함을 가져오기만 한 역기능이 더 많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사실 반말만이 문제가 아니라 아예 서로를 부를 때 '자기'라는 2인칭을 사용해서 마치 열애 중인 한국 연인처럼 느끼게 된다. 본작에서 비전은 말을 더듬고 연애에 매진하는 등 캐릭터성 변화가 있긴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존대말을 유지해서라도 같은 캐릭터임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는 것이 위화감이 적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남아있는 비전의 고풍스러운 어투가 '자기'에 묻혀서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존대였다면 '당신은 나를 아프게 하지 않아요' 같은 번역도 가능했을 텐데, 비극의 커플이라는 애절함과 감성이 반말 때보다 상승하면 상승했지 줄지는 않는다.
- 브루스 배너는 똑같이 트찰라와 슈리를 처음 봤음에도 트찰라에게는 폐하라고 존댓말을 하지만 슈리도 같은 왕족임에도 불구하고 슈리에게는 반말을 한다. 물론 슈리는 브루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는 것으로 번역했다. 그런데 영어 기준으로 봐도 틀린게 아닌데 트찰라에게만 Majesty, sir를 붙힌다. 슈리가 존댓말 하는 게 오역인지도 애매하다. 슈리가 외부 민간인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는 인물인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둘의 겉모습만 보면 브루스가 훨씬 나이가 많은 모습이며, 이전 묘사를 보면 브루스가 왕 대우를 했다가 망신을 당하고 다른 히어로들이 트찰라에게 반말을 하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브루스가 트찰라 외에 왕족에게 나이불문하고 존댓말을 하는 장면은 없다. 이 둘의 존대 부분 설정은 한국에 맞게 옮기는 데는 미묘한 면이 있다.
-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dge)는 오역이냐 직역이냐, 혹은 오역은 아니지만 번역 질이 낮다 아니다 논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curse of knowledge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저렇게 되기 때문에 오역은 아니다. 다만 직역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기계적으로 직역했기 때문에 잘된 번역이라고 보기 힘든 것. 또한 마법을 다루는 영화에서 '저주'라는 한국어를 쓰면 당연히 '저주 마법'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한 잘못이다.
- 또한 위의 오역 장면 이후 닥터 스트레인지는 사라지기 전, 토니에게 "Tony, There was no other way." 라는 말을 남기며 사라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자막 번역에서 "방법이 없었어."라고 나왔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그 부분은 "다른 방법이 없었어"라고 정상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가망이 없어"라는 오역은 지속적으로 나온 오역이 맞다.
- 타이탄에서 히어로들이 사라지고 네뷸라가 "He did it." 이라는 대사를 "그놈의 짓이다." 라는 번역을 했는데, 다른 빌런이 없는 영화 내에서 누가 했냐는 의미보다는 타노스가 전 세계 생명체의 절반을 소멸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의미에서 "그가 해냈군." 혹은, "그가 저질렀어." 정도로 번역하는게 의미가 더 통한다.
'반응'
이에 대한 반발이 심해졌는데도 디즈니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마블 영화는 해석의 차이이기 때문에 그 부분의 해답이 어려울 것 같으며, 답은 어벤져스 4에 있을 것이다"라고 답하며 현재의 상황에 사과나 수정은 없을 것이라는 변명입장을 보이며 박지훈을 옹호하기만 하고 있다. 허나 관계자의 주장을 정면에서 비꼬듯 이렇게 다른데 해석의 차이라니라는 헤드라인으로 조목조목 본작의 오역과 디즈니 코리아측의 대응을 비판하는 기사도 올라왔다. 허지웅 또한 한국어로 ㅆㅂ... 라 말하는 장면에 영자막을 SEED라고 하면 그 것을 해석의 차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제대로 깠다.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영화의 작품성에 먹칠을 한 만큼 파급력도 엄청났다. '어벤져스 오역' / '박지훈 번역가' / '박지훈' 등의 단어가 4월 26일 하루 내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오르내렸다.
영화 유튜버들도 엄청난 비난을 했는데, 리뷰영상에서 짤막하게 언급하고 대부분이 박지훈의 실명을 거론하는 대신 번역가라고 표현한 반면, 발없는새는 아예 번역을 비판하는 영상을 따로 제작했고, 박지훈의 실명을 거론하며 강한 비판을 했다. 단 닉 퓨리의 대사는 대본만 보고 번역했다면, 그리고 대본에 mother만 써있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어벤져스 오역이 화제가 되는 바람에 많은 관객들이 원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한편, 앞으로 출시될 블루레이에선 수정 가능성이 생겼다. 디즈니 계열 작품의 블루레이를 국내에 유통하는 FNC애드컬쳐측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내 유저의 자막 수정 가능성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디즈니 본사에 자막 수정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실제로 수정이 될 지 여부는 본사측이 결정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