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학생 때 읽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라는 책을 좋아했고 칵테일에 넣어서 먹는 라임도 좋아했는데 라임 사태 이후 라임이 지긋지긋해 졌다. '금융사기'도 짜증이 났지만 이것을 어떻게든 현 정부와 엮어서 ‘권력형 게이트’로 만들려는 조선일보 등 언론과 국힘당 때문이다.
작년 조국 일가에 대한 가짜뉴스가 대대적으로 보도될 당시 대다수 사람들이 의외로 사모펀드에 대해 전혀 몰라 언론의 가짜뉴스에 속절없이 당했던 것처럼 이 라임 사태도 사모펀드라 복잡하다고 생각해서 대중들은 생각보다 관심에서 먼 것 같다.
일단 라임, 옵티머스는 이름에서부터 대중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일보가 저렇게 날뛰는 것이다.
우선 라임 사태를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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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당시 사모펀드 1위는 라임이었다. 사모펀드는 쉽게 설명하면 고객들이 위탁한 돈을 투자해서 불려주는 일을 하는 금융 회사이다.
펀드는 기본적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성을 중요시 여기느냐, 수익률 중심으로 가느냐의 선택이 있다. 안정적이면서 수익률도 높은 상품은 없다. 단지 안정적이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괜찮은 상품이 있을 뿐이다.
또한 환급성의 문제도 있다. 언제든 현금화 할 수 있는 상품은 당연히 수익률이 높을 수가 없다. 고수익에 투자하는 상품일수록 즉각적인 환급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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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데 라임은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은 높고, 즉각적인 환급성도 보장되는 놀라운 상품을 판매했다. 이게 라임이 사모펀드 업계 1위가 된 비결이다. 라임은 금리가 1~2% 수준일 때 5~8% 상품을 팔았고 당연하지만 그래서 돈이 몰렸다. 라임은 17개 은행과 증권회사에서 대대적으로 팔았다.
좋은 재료를 써서 훌륭한 쉐프가 조리를 하는데 값도 싼 식당이라면 손님이 몰리지 않을 수 없다. 단, 그런 식당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필연적으로 망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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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의 손실액이 불어나게 된 이유는 돌려막기를 하면서 계속 새로운 고객 돈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라임은 모펀드 4개와 자펀드 173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모자펀드가 서로 돌려막고 있었다.
가령 자펀드가 상품을 팔아서 모펀드에 대주면 당연히 모펀드 수익률은 좋게 나온다. 그것을 광고하면 새로운 고객들이 라임에 돈을 넣는다. 그렇게 들어온 돈을 수익금 혹은 환매하는 고객들에게 준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폰지사기와 동일하다. 초기에 수익을 보장하면서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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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언론보도로 이 의혹이 제기되면서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시작되었다.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니 당연히 고객들은 대량으로 환매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부실펀드가 된 라임은 고객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앵무새처럼 변명하다가 결국 고객들에게 환매가 중단되었다. 그 피해자가 수천 명이고 피해규모는 무려 1조6700억 원에 이른다.
여기까지가 라임사태에 관련한 전반적인 내용이다.
라임의 주인은 김봉현이라는 사람이고 그는 타다와 비슷한 사업모델의 '스타모빌리티'와 '수원여객'이라는 운수회사를 소유한 인물이다.
언론보도로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이강세 전 광주 MBC 사장을 스타모빌리티에 영입한다. 이 인물 때문에 라임과 정치권과의 연결고리 의혹이 생겼다.
6.
언론과 국힘당은 이 사건을 권력형 게이트로 만들려고 정말 눈물겨운 노력을 하는 중이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사모펀드가 부실이 생기면 어떤 형태로든 로비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김봉현과 고향 동향인 청와대 전직 행정관 한 명과 미크루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상호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김봉현에게 수천만 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이미 구속되었다. 청와대 전직 행정관은 금감원 내부정보를 흘린 혐의로 이상호는 정치자금법 위반이었다.
3선 의원이자 해양수산부 장관을 했던 김영춘도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국힘당과 언론은 이를 그 이상의 권력형 게이트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거물들이 연루 되어야만 한다.
7.
자, 이 대목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언론의 본격적으로 교묘한 왜곡이 시작된다.
지난 8일 라임 관련 재판에서 김봉현은 “작년 7월 27일 이강세는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다고 했고 그래서 자신은 현금 5천만원을 주었다”고 법정 증언했다.
이 내용을 상당수 언론은 “강기정에게 5천만원을 보냈다”고 헤드라인을 잡았다.
또한 김봉현은 “이강세가 자신에게 보고하기를 강기정 수석이 자신 앞에서 김상조 정책 실장에게 전화해서 (라임 구명에 대해서) 강하게 이야기 했다”는 주장도 했다.
강기정은 이 모든 사실을 부인했고 김봉현과 조선일보를 곧바로 고소했다.
8.
이 사건이 특이한 점은 통상적인 뇌물 사건은 준 사람만 있고, 받은 사람은 없는데 이 사건은 받은 사람도 없지만, 준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 조서에 따르면 김봉현과 이강세는 검찰에서 대질신문을 했는데 김봉현은 ‘강기정에 전달할 5천만원을 건넸다’고 주장했고 이강세는 ‘기자 인사비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았다’고 나와 있다.
돈을 준 인물로 지목되는 이강세나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되는 강기정이나 ‘그런 일이 없다’는 주장이라 검찰은 강기정을 기소할 수 없었는데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언론들은 ‘강기정이 돈을 받았다’고 보도를 한 것이다. 명백한 허위 보도에 해당한다.
참고로 이강세가 기소된 이유는 ‘김봉현이 주었다’고 주장하는 5천만에 대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 ‘의 적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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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과 이강세가 만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강세가 라임에 대한 구명을 시도했던 것도 정황상 맞다. 그 구명 시도야 돈을 받거나 혹은 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았으면 그냥 하소연을 들어준 것에 불과하다.
실제 강기정은 전 광주 MBC 사장까지 지낸 언론인의 면담을 받아준 것에 불과하고 우회적으로 이야기 한 라임 이야기에 대해 “금감원에서 빨리 털고 가야만 한다”는 원론적인 조언을 해 준 것이 전부라고 항변한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면담한 장소는 강기정 수석의 청와대 집무실이다. 현금 5천만원을 가지고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검색대를 통과해서 모든 소지품 검사를 받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번 신계륜 의원의 국회 사무실에서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김민성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강세는 돈을 준 적도 없다고 하는데 언론이 그렇게 보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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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요약하면 김봉현의 법정에서의 간접 진술을 바탕으로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언론들이 ‘강기정이 돈을 받았다’고 크게 헤드라인을 잡고 대서특필을 하면서 갑자기 사건이 확 커진 것이다. 당연히 언론의 의도적인 보도 탓이고 그 의도대로 사건을 키우는 것에는 성공했다.
강기정 뇌물수수는 검찰 공소장에도 없는 내용인데 김봉현이 우발적으로 법정에서 발언했고 이를 언론이 더 적극적으로 받아쓰고 있는 모양새이다. 강기정이 신속하게 나서서 법적으로 대응하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더 크게 번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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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언론사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가 해당한다.
조선일보는 오늘 단독기사를 통해 “김봉현이 청와대 민정-정무 수석 라인을 타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민정수석이라면 조국 당시 수석을 말한다.
보도의 근거는 김봉현의 후배이자 돈을 받아 구속된 청와대 전직 행정관과 김봉현의 문자 메시지인데 공개된 내용을 보면 오직 김봉현의 주장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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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조선일보의 전형적인 제목 장사에 해당한다.
실제 기사 내용에는 조국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내 해당 사실을 물어보았지만 사실 무관이라고 답변을 했다는 내용(나름의 반론권?)과 “라임펀드가 문제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로비 정황을 과장했을 정황도 있다”도 슬쩍 끼어 넣었다.
아마도 조국 장관이 최근 벌이고 있는 소송이 겁이 났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것을 제목으로 왜곡하는 조선일보는 역시 치졸함으로는 명불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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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서부터는 내 생각이다.
첫째 라임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만들려고 하는 주체는 국힘당과 언론이라고 생각된다. 이 사건은 이전 사건들처럼 검찰이 직접 주도하고 있는 표적수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김봉현이 '강기정에게 돈을 주었다'고 터뜨린 곳이 바로 법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 이 사건을 윤석열이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약 윤석열 사단이 이 사건에 개입했다면 진작 수사과정에서 많은 피의사실유포가 흘러나왔을 것이고, 언론은 각종 소설을 신나게 써 댔을 것이고, 검찰은 요란하게 출석을 시켰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강기정도 반드시 기소까지 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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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검찰이 라임 사태에 대한 수사 및 기소에 (현재까지의 정황상으로는) 직접적인 공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작은 시야로 보면 추미애 장관이 감시를 제대로 하고 있고, 큰 시야로 보면 검찰개혁을 향한 시민들의 열망과 관심이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난질 하면 x된다’는 것을 검사들도 알고 있고, 이미 식물 총장이 된 윤석열에게 자신의 목을 걸고 충성을 다할 검사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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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 하지만 국힘당과 언론의 입장은 검찰과는 다르다. 이들은 여전히 정부여당을 공격해야만 하고 정쟁의 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언론은 이 사건으로 계속 군불을 피우고 있고, 그것을 국힘당이 받아 공격하는 패턴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는 그다지 위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조선일보도 예전만큼의 약발이 없는 것 같다.
최근 조선일보 기사의 신뢰성은 워낙 밑바닥인지라 ‘강기정에게 돈을 줬다’고 보도가 나와도 대다수 시민들은 '피카츄 배'를 만지면서 정확한 사실관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국힘당을 지지하는 이들도 사모펀드를 모르니 라임이니 옵티머스니 헷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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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봉현은 자신의 추징금 등을 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계속 어그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당장 이상호 재판에 출석에서 그가 어떤 폭탄을 던질지 모른다.
‘뇌물사건’이라는 것이 정말 특이해서 ‘돈을 줬다’고만 진술하면 지목 받은 사람이 ‘안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면 유죄가 된다. 입법로비 사건으로 기소당하고 감옥까지 간 신계륜 등이 그렇게 당했다.
때문에 정치인은 내가 한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이 ‘나에게 돈을 줬다’고 하면 개미지옥에 빠지는 것이다. 강기정도 청와대 집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이강세를 한번이라도 만났다면 정말 큰 곤경에 처할 뻔 했다. 이제 진정한 팬스룰은 정치인들이 더 지켜야 할 덕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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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이미 지시했다. 라임이건 옵티머스건 청와대는 검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고 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다. 꺼릴 것이 없으니 해 보라는 이야기이자, 대신 정치공세에는 순순히 당하지 않겠다는 의미도 포함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모든 언론은 라임 김봉현의 입만 쳐다보면서 특종 혹은 단독 기사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김봉현이 트럼프나 김정은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해도 실어줄 기세이다. 하지만 법정에서의 위증은 감당해야 할 책임이 큰지라 잔머리 굴리다가 더 큰 대가를 치룰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라임과 비슷한 형태의 금융사기에 해당하는 옵티머스 사건을 뒤진 끝에 이낙연 캠프에서 4개월간의 복합기 랜트비용 12만원 대납을 옵티머스 관계사에서 했다는 것을 찾아내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SBS를 보면 언론도 지금 필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옵티머스는 아직 별로 나온 것이 없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별도로 정리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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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들에게는 쉬울지 모르나 사모펀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하는 분야인 것 같아 나름 내용 정리를 가능한 쉽게 해 보았다.
후반부 내 추측은 틀릴 수도 있고,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돈을 받은 정부여당의 고위 인사들이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나도 비판을 아끼지 않을 작정이다.
언론은 추미애 아들 휴가 문제와 월북 공무원 피격사건에 이어 당분간은 라임과 옵티머스로 대동단결해서 정부여당을 공격할 것이다. 그들은 확실한 박덕흠의 비리 따위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오늘도 변함없이 유어낫언론!!
라임, 옵티머스 관련해서 여러분들께 미리 예습 겸 예방주사 놓는 것이니 참조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