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몽은 스페인어로 햄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하몽'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하몬이다. 스페인에서는 하몬이라고 하면 으레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햄 종류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에 하몬을 달라고만 해도 소통에 문제가 없다.
대표적으로 하몬 이베리코, 하몬 세라노가 있다.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하몬의 대부분은 하몬 세라노다. 둘 사이의 가장 간단한 차이는 하몬 세라노는 흰 돼지, 하몬 이베리코는 이베리코라 불리는 스페인 토종 흑돼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돼지의 뒷다리를 소금에 절이고 천장에 매달아 수 개월에서 수 년까지 건조시켜 만든다. 현지의 마트나 전통시장의 정육점에 가면 다리 하나 통째로도 걸어놓고 파는데, 크기를 감안하면 다리 하나를 통째로 사는 것이 작은 포장으로 사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하다. 종류 또한 엄청나게 많은데, 그 중 최상품은 일반사료가 아닌 도토리와 목초만 먹여서 키운 이베리코 품종 돼지의 뒷다리로 만든 하몬 이베리코 데 베요타 이다. 하몬 이베리코는 이베리코 품종의 돼지 뒷다리라는 뜻이고, 베요타는 도토리를 말한다. 하몬의 등급은 알파벳 'J'의 개수로 표기하며, 최상급인 5J급 이베리코는 스페인 현지에서도 1킬로그램 당 50~100유로까지 받을 수있다. 한국의 대형 마트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일반 등급도 100그램 에 1만원이 넘는 상당한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돼지고기 뒷다리살이 받는 취급과 가격대를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 현지에선 3000원 정도이다.
맛은 소금에 오랫동안 절였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굉장히 짜다. 아무리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하몽만 가지고 많이 먹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두껍게 썰어먹지 않고 얇게 저며서 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먹을 때는 익히지 않고 생으로 얇게 썰어서 술안주로 하거나, 빵에 끼워 보카디요로 만들어 먹는 게 보통이다. 식당에 따라 즉석에서 뒷다리를 가져다놓고 칼로 썰어서 제공하는데 케밥, 생선회와 마찬가지로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진짜다. 풍미 때문이다. 복어와 마찬가지로 두툼하게 썰어 먹으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스페인의 바나 레스토랑에는 아예 하루 종일 하몬 저미는 일만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물론 요리용으로 익혀 먹을때도 있다. 주로 국밥마냥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한 끼 때울 때 먹는 스크램블 에그 일종인 우에보스 로토스로 해먹을 때 감자튀김과 계란 후라이 위에 하몬을 구워 먹는데 이렇게 요리할 땐 딱 나머지 재료들과 어울린 만큼만 조리하고 하몬 특유의 향과 식감이 사라지지 않게 살짝만 가열하는 게 포인트이다.
특유의 향이 처음엔 굉장히 역하게 느껴지기에 비싸기만 하고 맛이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돼지고기를 그것도 생으로 하여 만든 것이기 때문인데 점차 익숙해지면 오히려 향이 좋아서 먹게 된다. 하몬의 등급들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처음먹는 사람들은 안전하게 가장 낮은 등급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의 경우 실패한다. 등급이 가장 높은 경우 견과류의 향을 맡을 수 있는데, 아래 등급으로 내려갈수록 향이 역하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낮은 등급으로 시작하게 되면 역한 향의 기억이 남게되어 윗등급을 시도하지 않거나 역한 향을 윗등급들에서도 찾아내게 되어 가장 안타까운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붕어찜을 예로 드는 경우가 있는데, 비린맛을 완전히 잡지 못한 곳에서 붕어찜의 첫경험을 한 사람은 아무리 잘하는 붕어찜가게로 가도 못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처음부터 맛있게 먹는 방법은 스페인에서도 흔히 생햄을 먹는 방법인 메론과 함께 먹는 것. 이를 '하몬 콘 메론'이라고 하는데, 이탈리아의 프로슈토 에 멜로네처럼 하몽을 멜론에 얹어서 먹는 것을 말한다. 꽤나 잘 어울리며 스페인에서는 안주 이외에도 산모들이 산후 조리용으로 먹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이다.
대체로 건조한 식품들이 그렇듯이 쪄서 먹으면 상당히 먹을 만 하다. 일설에 의하면 하몬을 밥솥에 얇게 저며넣고 밥을 지어 먹으면 맛있다고 전해진다. 주로 살코기가 많이 붙은 부위를 저며서 먹지만 비계만 붙은 부위도 따로 썰어내 수프나 스튜를 만들 때 쓴다. 소금에 절인 것이라 조리할 때 자동적으로 간을 볼 수 있고 기름진 국물 요리의 풍미를 살려준다.
간혹 멧돼지 뒷다리로 하몬을 만들기도 하며, 모로코계 스페인인 등 스페인 내 무슬림들을 위해 돼지가 아닌 다른 가축(특히 중동에서 많이 식용하는 양과 염소)의 뒷다리로 할랄 하몬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요새는 한국의 대형마트가 아닌 그냥 조금 큰 슈퍼마켓에서도 수입품이 어렵지 않게 보이는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서인지 사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세라노는 프로슈토 디 파르마보다 싸고 이베리코는 더 비싼 것 같다.
최근 기사에 스페인에서 하몽용 돼지가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물론 이 문제는 흑돈인 이베리코와는 상관이 없지만, 스페인산 백돈에는 품질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이며 하몽을 살 때 흑돈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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