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호 판사는 2021년 3월 29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소송 비용을 일본에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고, 6월 7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피해자들은 해당 판결에 불복하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문이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김양호 판사 단독 판단에 따라 기존 대법원 판례를 무시했다는 점과 대한민국 건국 이념을 부정하는 듯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지 2년 8개월 만에 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을 내린 것. 재판부가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면서 대놓고 대법원 판례를 부정한 것뿐만 아니라,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 해석", "일본과의 관계 훼손" 등 해당 인권 유린 사례와는 전혀 관련 없는 판사 개인의 주관적, 정치적 의견이 다수 포함된 '사법 외적' 판결을 내린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비판이 법조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판단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원합의체의 결론(다수 의견)에 대해서도 “국내 최고재판소 판결이지만 식민 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징용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러한 판결은 단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그 불법성을 인정한 자료가 없다”고까지 하며 대법원 판단을 폄하하는 듯한 표현도 사용했다.
또 판결문에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 대법원 판결이 국제중재 또는 국제재판 대상이 되는 자체만으로도 사법신뢰에 손상을 입으며, 만일 패소하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며 사법부의 체신과 체면에 유독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막 세계 10강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문명국으로서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한다"는 식의 표현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이어 "분단국 현실과 세계 4강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상황", "한미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 국가 중 하나인 일본국과의 관계가 훼손" 등을 언급하며 대미 관계가 악화돼 안보가 불안해진다는 식의 사건 쟁점과 무관한 논지를 전개했다. 권리 침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지 따지는 민사 사법 절차에서 쟁점과 상관없는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까지 끌어들여 판단 배경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한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타결된 무상 3억 달러가 과소하지 않다는 평가도 포함됐다. "당시 대한민국이 일본과의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고 하는 한편,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 판결이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 피고들의 손해가 현실화하면 다양한 경로로 일본의 중재절차 또는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공세와 압박이 이어질 것임이 명백하다"며 마치 피고인 일본 기업들을 걱정해주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게다가 사법부의 일원인 판사가 외교관계를 이유로 판결을 내린 것은 행정부의 부서인 외교부의 관리범위를 침범한 것으로 삼권분립을 어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판결문에서 “만약 국제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이어져 헌법상 안전보장을 훼손하고 사법 신뢰의 추락으로 헌법상 질서유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논지를 편 것. "더욱이 일본국과의 사이에서는 '강제징용 사안' 외에도 '영유권 주장 사안', '위안부 사안'이 있는바, 세 사안 모두 또는 일부라도 국제 재판에 회부돼 한 사안이라도 패소하면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 손상을 입을 것이 명백하다"면서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 손상' 등을 판결의 이유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는 전혀 관련없는 '외교, 국격, 국익' 등의 사안을 판사 개인의 주관에 따라 끌어들여 판결을 내린 것은 월권의 소지가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판결을 두고 "한국 법원이 한일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기각한 사례는 처음"이라며 "일본의 주장에 부합한 내용"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판사 개인의 정치적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 분석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및 15개 시민단체는 이날 해당 판결을 비판하는 강도 높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사건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법원에서 최근 정립된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법리적 논거 없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본질적·비법률적 근거를 들어 판결을 선고했다는 점”이라며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의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했다. 민사소송 원고의 권리를 인정하면 ‘대한민국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가 위태로워진다는 금시초문의 법리를 설시하면서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별다른 부끄러움 없이 판결문에 명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파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현실에 굴복한 1심 재판부의 비상식적, 비법리적 판단은 중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할 것"이라며 해당 판결이 부적절하다는 논리적인 근거를 다수 제시했다.
민변 소속으로 다른 강제징용 사건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임재성 변호사 역시 "하급심이 전합 판결과 다른 판결을 내놓을 수 있지만, 전합 판결을 반박할 수 있는 충분한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전합 소수의견과 동일한 것으로 법리가 앙상하다" 라고 김양호 판사의 해당 판결을 비판했다. 아울러 "민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각하하면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라 걱정을 판결문에 설명하는 재판부를 본 적이 있냐"며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주장에 별 관심이 없어서 기각·각하하려고 하면서도 어떻게든 법리를 고안하고 근거를 만들어보려는 위선"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원래 6월 10일 오후로 예정된 선고 기일을 느닷없이 7일로 앞당기면서 변경 당일 오전에 기습 통보한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전국 각지에 있는 피해자 및 유족들이 방청을 하러 올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러운 기일 변경 통보를 소송 대리인 등을 통해 듣고 급히 법원에 온 유족들은 몇 되지 않았으며, 이들은 불과 1분쯤 걸린 선고를 듣고는 황망해했다. 지방에 사는 피해자 다수는 법정에 오지 못했다.
김양호 판사는 선고 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 법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며 “선고기일 변경은 당사자에게 이를 고지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고 이 사건은 법정의 평온과 안정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결선고기일을 변경하고, 소송대리인들에게는 전자송달 및 전화연락 등으로 고지하였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령의 원고가 다수 모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재판부에서 해당 판결이 논란이 되고 법정에서 피해자 및 유족 측이 항의하고 반발할 것을 예상해 당일 오전 기습적으로 선고 기일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의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각하 판결이 논란이 되면서 최근 지난 3월 위안부 소송비용을 일본에 추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 역시 본안 판결을 뒤집은 판단이었다.
앞서 지난 3월 29일 김양호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일본으로부터 소송비용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사건에서 원고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소송구조 결정을 통해 인지대를 국가에 따로 내지 않고 소송을 시작했고, 이후 원고 승소 판결이 확정되며 국가가 피고로부터 소송비용을 받는 추심 절차가 진행됐다.
애초 본안 판결을 내렸던 기존 재판부는 선고 당시 "소송 비용을 피고가 부담한다"고 했지만, 법원 정기인사로 새로 부임한 김양호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강제집행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소송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봤다. 김 부장판사는 "국가가 원고들(위안부 피해자)로 하여금 납입을 유예하도록 한 소송비용 중 피고(일본국)로부터 추심할 수 있는 소송비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