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2차 편지 요약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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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2차 편지 요약정리


2020. 10. 22.


1. 술접대 건.
술접대 자리에 있었던 A변호사와 검사 3명은 '대우해양조선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하던 동료 검사들이었다.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어제 아주경제에서 보도한 대로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지칭한 것이 거의 확실한데, 이 특수단의 첫 수사대상이 대우조선해양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A변호사'로 확실시되는 이주형이 이 특수단의 2팀 부팀장이었고, 술접대를 받았던 검사들 중 '라임 수사책임자'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엄희준 전 수원지검 산업부 부장도 이 특수단 1팀에 있었으며, 부부장급이라는 나머지 2명의 검사들도 어느 정도 추정이 된다.

김봉현은 조사 당시 검사 3인중 두명은 확실히 특정해서 진술했고, 나머지 한명은 사진으론 80% 확신밖에 들지 않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이 '80% 특정' 검사는 자신과 술접대 자리에서 소개 당시 "사람 잡을 때 눈도 안감기고 산 채로 포를 뜬다"라고 소개했단다. (이 검사는 야쿠자냐??)


2. A변호사(이주형)와 윤석열
A변호사(이주형)와는 2007년 김봉현 사건에서 검사로 만났고, 2019년 수원여객 사건 변호인을 구하면서 다시 만나 변호사로 선임하고, "매일 같이 어울렸"었다고. 호텔 회원권, 골프장 회원권 등을 선물하며 '지극하게'(극진하게) 모셨다고.

그런데 이 A변호사(이주형)는 수차 반복해서 윤석열과의 친분을 강조하곤 했었는데, 윤석열의 청문회 준비 당시에 '청문회 준비 경험이 있으니 도와라'라는 통화를 하는 것을 듣기도 했고, 청와대 수사관 자살 당시 윤석열과 함께 상가집에 다녀왔다고 과시하기도. 이런 친분 과시가 A변호사(이주형)에 대한 신뢰를 더 깊게 하는 계기.

물론 청담동 술집에서 A변호사(이주형)의 주선으로 함께 접대했던 검사가 라임수사팀 책임자로 앉은 것을 보고는 A변호사(이주형)를 믿고 수사팀이 원하는 대로 다 협조를 해주기 시작.


3. 강기정 관련.
이강세 공판에서 강기정 관련 증언을 한 후 검사 면담에서, 검사가 '증언 아주 잘했다'라고 칭찬하길래 "검사님 총장님이랑 힘 좀 실리셨겠네요" 라고 물으니 그러시겠죠, 하고 답했다.

정작 강기정 관련의 중요한 서술은 이 편지의 말미에 있는데, 강기정 주겠다고 5천만원 돈을 받아갔던 이강세가 청와대에 들어간 것은 알고 있고, "청와대 가서 일 잘 보고 나왔다", "인사도 잘 하고 나왔다"라고 전해듣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돈이 오갔는지는 전혀 모르고 '돈 잘 전달했다'는 말도 들은 바가 없다.

한편, 강기정 건 직전에 모 언론사(부국장과 담당 기자)에 금품을 전달하라고 이강세에게 돈을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이강세가 받아간 금품을 전달하지 않고 자신이 써버렸다. 그래서 강기정 준다고 가져간 5천만원도 "이강세 대표가 중간에서 썼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4. 윤대진과 윤우진.
당시 수원지검장인 윤대진에게 직접 5천만원을 준 것이 아니라, 도주중인 윤대진의 형 윤우진측에 전달했단다. "수원지검장 부탁으로 친형을 보호하고 있었다는 지인에게 실제 5천만원을 전달하였음". 그런 후 한동안 실제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단다.

이 부분 표현을 보면, 김봉현 본인이 직접 돈을 주었거나 혹은 직접에 가깝게 관여했다는 것이므로, 이 주장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윤우진 지인'을 조사하면 도피중인 윤우진은 물론이고 윤대진도 잡을 수 있게 된다.

더욱이,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윤대진과 윤우진은 윤석열의 수사무마 혐의와 직결되어 있다. 즉, '윤우진 지인'을 잡으면 윤우진을 잡을 수 있고, 그 다음엔 윤대진을 잡을 수 있으며, 덩달아 윤석열까지 잡힌다.

이것이 이번에 법무부 감찰 이후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당시 윤석열의 혐의로 추미애 장관이 '용산세무서'를 거론했던 이유였다.
"○ 전 용산세무서장 로비사건 관련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 및 불기소 등 사건을 무마하였다는 의혹"


5. 검찰의 피의자 도주 조력.
라임 이종필 부회장 도주 당시 검찰이 도피 방법 등으로 권유 및 조력을 받았다. 검찰 수사팀의 추적 방법, 휴대폰 사용방법 등을 알려주었으며, 검경의 은어인 '일도이부삼빽'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고.

'일도이부삼빽' 관련 김봉현이 써놓은 내용은 아마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따로 찾아보니 다음과 같은 의미란다.

一逃(일도). 일단 어떻게든 도망.
二否(이부). 잡히면 최대한 부인.
三Back(삼빽). 안되면 빽(인맥이나 권력)을 써야한다.


6. 여당 의원들 관련.
라임 사태 발생 이후 여당 의원을 만난 것은 단 한번. 라임 이종필, 이강세와 함께 '금융 담당 의원'을 의원회관으로 방문. 정식 절차를 거친 방문이었다.

나머지 기ㅇㅇ, 김ㅇㅇ, 이ㅇㅇ 의원은 2016년에 만난 사람들로서 라임 관련과 전혀 무관하다. 이 두 가지 모두 검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아울러, "여든 야든 라임 일로 직접 만나서 돈을 주며 로비를 했던 정치인은 한 명도 없다".


7. 야당 정치인 관련.
김봉현이 직접 돈을 전달한 것이 아니라, 라임펀드 관계사인 모 시행사 회장 김ㅇㅇ이 2억을 지급했고, 그 건은 실제 로비가 이루어졌음을 김봉현이 확인했다. "직접 들었고 움직임을 제가 직접 보았다".

이 건을 검찰 면담 과정에서 말했는데 이후 참고인이든 그 어떤 다른 조사도 자신에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자신이 라임과 무관하다고 수차 얘기했던 여당 정치인들 건은 5년 넘은 사건임에도 6개월에 걸쳐 계속 조사를 반복하고 있다. 관련하여 수첩 하나 찾느라고 가족들을 다 동원해서 뒤져 마침내 찾아 검찰에 제공하기도 했다.


8. 윤석열의 '전체주의' 발언.
지난 7월초 추미애 장관이 검언유착 관련 윤석열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후로 윤석열은 한동안 찌그러져 있었다. 그러다가 8월 초에 내놓은 것이 '전체주의' 발언이었다.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김봉현에 따르면 이 발언 직후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5년 전 일이고 액수가 몇백만원 수준이어서 수사에서 제외했던 여당 의원 건을 윤석열의 '전체주의' 발언 이후 수사를 재개했으며, 검사에게 물어본 결과도 그 때문이 맞다고 시인했다고. 또한 당시 검찰청에 들어갈 때 목격한 본인 사건 주임검사와 부장의 표정 또한 비장하기도 했다.


9. 강압 및 조작수사 진행
5년 전 일들까지 털어가며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봉현의 메수첩 메모들이 앞뒤가 맞지 않자 검사는 수사 진행을 위해 김봉현이 두 부분 차이점을 맞추도록 유도. 또 자신은 기억이 모호한 부분을 검사가 핸드폰 위치, 카드내역 등을 알려주며 검사가 주도해서 진술을 유도.

청와대 행정관 공판에는 증인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으면서 다른 피의자 재판에는 막지 않음. 행정관 재판에는 수차 출석을 막음. 문맥상 행정관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려 했으나 검찰이 못하게 막은 것으로 해석된다.


10. 김봉현이 밝힌 폭로의 이유.
라임 수사에서 구속되어 이미 1심 판결을 받고 항소심이 진행중인 전직 청와대 행정관(금감원 팀장)은 김봉현의 친구라는데, 꽤 친한 친구인 듯.

"검사 무서워서 친구인 저를 본인의 재판에 증인으로 부르지도 못하고, 4년형을 받고도 저를 보고 웃어주던 친구의 얼굴을 보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용기를 내서 지난 6개월 동안 팀 플레이를 하였던 검찰과의 약속을 깨고".


11. 폭로를 한 실질적인 속마음.
위 10번이 아예 거짓일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장문의 편지에서 드러나는 김봉현의 실제 속마음은, 스스로 직접 서술하지는 않았지만 따로 있어보인다. 불구속 재판.

이번 편지에서 김봉현은 수차에 걸쳐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개인적 고통과 방어권 행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봉현은 5월에 구속기소되었으므로, 다음달이면 1심 최대 구속기간 6개월이 채워진다. 특히 이 편지에서 매우 여러번 '검찰수사 6개월'을 강조하는데, 기소 시기부터가 아닌 구속 시기부터 계산하면 대충 6개월쯤 된다. 즉 6개월을 강조하는 것 역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는 뜻의 간접적 표명.

검찰로서는 방어권 제한을 위해 최대한 구속을 더 연장하려 할 것이 분명하므로(정교수 사례에서 보다시피), 김봉현이 여론에 호소하는 것은 향후 불구속 재판으로 힘을 보태달라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아마 다음 편지쯤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거론할 듯.

물론 이런 김봉현의 희망은 부당하거나 음흉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가 상당한 범죄의 혐의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조목조목 서술했다시피 검찰이 그를 계속 구속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적 의도와 함께 방어권 제한으로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가겠다는 의도가 다분해보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