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옵티머스가 좀 더 수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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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옵티머스가 좀 더 수상해 보인다


2020. 10. 22.

2019년 5월, 박씨 성을 가진 한 50대 남자가 조직폭력배에게 무참히 폭행당한 후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부동산 사업자 납치 살인사건이라고 보도가 되었지만 사실은 무자본 M&A 과정에서 발생한 폭행치사 사건이었다.

이 무자본 M&A 대상이 되었던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이자 선박부품제조회사인 ‘해덕파워웨이’였다. 해덕파워웨이는 2016년 1천억 매출을 기록한 건실한 회사였다.

해덕파워웨이를 2018년 5월 표면적으로 인수한 사람은 최대주주이자 전 대표였던 성형외과 원장 출신 이모씨였지만 사실상 사망한 박씨가 옵티머스의 자금을 끌어들여 무자본 M&A를 했다. 또한 박씨와 함께 해덕파워웨이의 무자본 M&A를 주도한 인물은 옵티머스의 2대주주이자 몇몇 계열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동열이다.

그런데 이동열은 원래 밀양 출신 ‘신동방파’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조폭이다. 2003년 불과 2,300만원을 갈취하던 혐의로 구속된 신동파의 조직원이 어떻게 금융 계열사 10여개를 거느린 중견기업의 오너가 될 수 있는지는 좀 미스테리하긴 하다.

박씨 또한 조폭 출신이라고 알려졌는데 직접 물리적인 행동대원 노릇을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는 옵티머스에 필요한 자금을 주로 조달하고 인수할 회사들을 찾는 역할을 주로 했었기 때문이다.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할 당시 박씨는 옵티머스의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녔고, 김재현 대표와는 공동투자 및 자금까지 대여해 주는 파트너 관계였다.

박씨가 주도한 해덕파워웨이의 무자본 M&A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옵티머스에서 자금을 대여받아 성형외과 원장 이씨를 바지로 내세워 인수하고, 해덕파워웨이의 돈 370억 원을 다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다. 참고로 이때 바지사장이었던 성형외과 원장 이씨는 오늘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두해서 조사를 받는 중이다.

이후 옵티머스 관계사인 대부디케이에이엠씨(이동열이 소유한 대부 회사)와 트로스트올(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을 거쳐 옵티머스의 자금세탁 창구인 셉틸리언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셉틸리온은 자회사인 화성산업(코스닥 상장기업, 건설회사)이 해덕파워웨이의 지분 15.89%를 301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는 돈을 한바퀴 굴렸지만 직접 돈을 쓰지는 않았다. 대신 그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횡령과 배임은 의심할 수 있다. 이른바 해덕파워웨이 돈으로 해덕파워웨이라는 회사를 무자본 M&A의 형태로 금융사기꾼들과 조폭들이 짜고서 꿀꺽한 것이다.

그 결과 건실한 회사는 망가지고 현재 거래 정지 상태에 놓였다.

그렇다면 박씨는 왜 이 과정에서 사망했을까?

박씨를 폭행 치사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호남지역 폭력조직인 국제PJ파 부두목 조규석이다.

여기서부터는 추측의 영역인데 조규석은 청부폭력을 행사했을 뿐 근본적으로는 박씨와 이동열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한 후 이권을 나누는 과정에서 어떤 분쟁이 있지 않았나 싶다. 구속된 조규석이 돈만 받는 용병이라는 것은 과거에는 이동열에게도 폭행을 휘두르다가 구속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해덕파워웨이라는 탐나는 물건을 찾아내고, 초기 설계와 딜을 담당한 박씨와 돈과 선수들을 동원한 이동열 간에는 충분히 분쟁이 있을 법 하다. (구글링을 해 보니 이 살인사건 발생 초기에 일요신문에서 프리랜서 기자가 나와 비슷한 추측을 한 기사가 나온다. 모두 이니셜로 처리되었지만 말이다)

국힘당과 언론과 검찰에서는 금융사기범죄인 라임과 옵티머스를 정부여당의 권력형 게이트로 만들려고 했다가 실패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사건은 자세히 살펴보면 큰 차이점이 보인다.

우선 라임은 비교적 그 실체가 명확해 보이는데 옵티머스는 아직은 베일에 가려진 듯 하다. 국감 때 박범계 의원이 문제제기를 한 이후 검찰 수사의 진도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언론 보도량도 많아지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차이점은 라임은 정상적인 사모펀드로 가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부실을 덮기 위해 돌려막고, 로비가 들어가려다가 실패한 케이스지만 옵티머스는 애초부터 크게 한 탕(?) 해 먹으려는 전형적인 금융사기설계의 의도가 농후하다. 조폭들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 심증은 더 굳어진다.

라임의 경우 소유자로 알려진 김봉현과 운용 책임을 맡았던 라임 부사장 이종필을 중심으로 각 금융기관들의 관계자들을 엮어서 직접적인 거래관계를 만드는 수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9년 초부터 펀드의 구조가 석연치 않다는 소문이 여의도에 돌면서 2019년 7월부터 언론보도, 금감원 조사로 이어지면서 몰락이 가속화 되었다.

그런데 옵티머스의 경우는 2017년 6월부터 2020년 6월 환매가 중단될 때까지 우선 공공기관의 돈을 받아오고 그 과정에서 중간에 횡령과 배임 등 여러 문제는 검찰을 통해 면죄부를 받고, 이후 외부투자자를 더 적극적으로 모을 수 있었다.

옵티머스 펀드에는 전파진흥원(748억), 마사회(10억), 농어촌공사(30억), 한국전력(10억) 등 공공기관과 오뚜기(150억), JYP(50억), 안랩(70억), 넥센(30억) 같은 상장회사 그리고 한화종합화학(500억) 같은 비상장기업이나 성균관대, 한남대, 대구가톨릭대 같은 학교재단까지도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전주를 끌어오는 능력의 펀드운용자(GP)를 최고로 평가한다. 그런데 옵티머스의 투자자 리스트를 보면 여의도 최고의 GP라 해도 공공기관, 민간기업, 대학과 심지어 종친회 돈까지 끌어왔는데 이는 옵티머스 대표인 김재현 레벨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이는 전성기 때 이명박이라도 해도 불가능한데 이명박에게는 시장의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는 이명박에게 속았지만 토건족들이 제외한 정상적인 회사에서는 적어도 금융이나 투자쪽으로는 이명박을 신뢰하지 않았다. 금융계 선수들은 함께 일하고, 나눠 먹지만 이명박은 절대 나눠먹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임의 경우는 2016년도에 판매를 시작해서 2019년 초부터 여의도 바닥에서 부실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김봉현이 (오늘 압수수색 당하는) 전관 변호사 A를 만나서 수임을 하고, 검사들을 청담동 룸에서 접대를 한 시점이 2019년 6월이다. 즉 김봉현 입장에서는 발생한 사고를 덮기 위해 로비를 했다고 보는 편이 적당하다. 때문에 김봉현 자필서 이후의 증언들이 꽤 설득력이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검찰은 2019년도에는 일단 사건을 보관해 두고 있다가 2020년 4월 총선 이후 본격적으로 이 사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김봉현이 의도한 것은 사고의 수습 혹은 구제였지만 윤석열이 의도한 것은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상으로는 정부여당을 대상으로 하는 권력형 게이트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지켜본 김봉현이 “더 이상 썩은 동아줄을 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 마음이 변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옵티머스의 경우는 2017년 6월 72.5억 투자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2018년 8월까지 전파진흥원에서만 748억원을 받았다. 펀드의 투자사업모델도 (거짓이긴 했지만) 안정적인 국공채 위주로 한다고 했다. 돈을 끌어오는 것과 안정적 공공채권의 투자모델도 금융당국과 금융계 인사들에게 동시에 신뢰받을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이 관여되지 않고는 만들기 어렵다.

세팅단계 뿐만 아니라 검찰수사가 무혐의 불기소로 끝난 것도 매우 이상하다.

전파진흥원에서는 자신들이 옵티머스에 투자한 748억 원을 안정적 국공채가 아니라 엠지비파트너스라는 페이퍼 컴퍼니에서 발행한 전환사채에 투자하고 엠지비파트너스에서는 이를 성지건설에 투자를 했다.

이 내용이 2018년 8월 과기부 감사에서 걸려 ‘부적절한 투자’라는 지적을 받고, 때문에 전파진흥원에서는 사건수사를 서울중앙지검에 의뢰했다.

그런데 2019년 서울 중앙지검에서는 이러한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의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의 봐주기 소극적 수사라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김재현의 횡령 배임 등 혐의사실이 매우 구체적이었고 이를 구체적인 액수와 날짜 그리고 범죄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특정감사보고서 및 회계보고서까지 제출했는데 서울지검에서는 뭉갠 흔적이 보이는 것이다.

이동열이 소유한 회사인 엠지비파트너스는 금감원의 감독을 받지 않는 회사였기에 자금세탁 창구로 쓴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고 그러면 엠지비파트너스와 성지건설간의 계좌내역만 보면 모든 범죄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 검찰은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당시 성지건설은 이사회 결의도 없이 엠지비파트너스의 사채발행을 하면서 성지건설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했고 성지건설이 대여한 자금이 다시 엠지비파트너스로 유출되는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이건 무혐의 불기소 나온 것이 너무 이상하다. 1년 후 똑같은 수사를 통해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기소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불기소처분명령서에 의하면 검찰이 사건을 종결한 날짜는 2019년 5월 22일인데 이를 알리고 있지 않다고 전파진흥원이 결과를 문의하자 2019년 10월 19일에 알려주었다. 불기소처분 이유도 내용 파악이 어려운 형식적 문서였다. 봐주기 수사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옵티머스에 끝내 면죄부를 주었고 그 결과 기업들은 안심하고 1조 2척억원이라는 돈이 추가로 들어갔다.

당시 옵티머스 김재현에게 불기소를 내린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고 지검장은 윤석열이었다. 윤석열이 관여가 되었건 혹은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관여가 되었건 이 경위는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져야만 한다.

이 사건을 국힘당과 언론에서는 청와대를 겨냥한 권력형 게이트로 보았던 이유는 청와대 행정관 한 명이 깊게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변호사 출신인 이진아 행정관이 상기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M&A 할 때 옵티머스가 창구로 사용하던 셉틸리온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진아 행정관의 남편 윤모 변호사는 (현재는 구속 상태이지만) 옵티머스의 주요 경영진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다. 셉틸리온 지분은 이진아 행정관이 청와대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보유하던 것이고, 민정수석실에서 인사검증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잘못을 물을 수는 있어도 이진아 행정관이 직접적인 정관계 로비를 한 흔적은 없다. 또한 행정관 레벨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의 로비도 아니다.

나는 도리어 옵티머스 자문단에 관심이 간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이자 초대 금감원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채동욱 전 검찰총장, 김진훈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 등 정말 쟁쟁한 인물들이다. 옵티머스 1대 대표인 이혁진은 이들이 진정한 몸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공기관, 상장기업들이 옵티머스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했고 유력 금융기관들과의 수탁 업무를 맺고, 서울중앙지검이 면죄부를 준 일련의 이상한 상황들은 옵티머스의 화려한 자문단을 보면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

옵티머스가 조폭, 금융사기범, 검사, 그리고 금융모피아까지 연관된 사건이라고 추측한다면 지나친 상상력일까?

다만 이 실체는 곧 밝혀질 것이다.

이유는 다르지만 언론의 보도량이 늘어나고 있고, 검찰수사도 점점 적극적으로 변해간다. 라임의 경우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으니 옵티머스야 말로 공수처로 넘어가야 할 사건이 아닌가 싶다.

특검은 이수진 의원의 의견대로 지금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는 국힘당의 꼼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반대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라임과 옵티머스의 실체가 이렇듯 구체적으로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검찰개혁이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사건들은 꼬리만 잘리고 덮였을 것이다. 물론 깨어있는 민주개혁진영의 시민들의 강력한 지지가 근본적인 원동력이다.

현 시점에서 나는 옵티머스가 더 수상하다. 그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서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악의 순환고리가 이번 기회에 완전히 소멸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