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좌파언론에 의한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언급한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야당은 이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이 확보한 이 후보자의 지난해 3월 페이스북 게시물을 보면, 이 후보자는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하는 시민사회 목소리를 전한 방송 보도를 폄하하며 좌 성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방송사들이 이태원 참사 전 핼러윈 축제를 예고·홍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통해 좌파 시민단체와 언론이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기획자들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의 주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발언들은 극우세력 사이에서 통용되는 주장들과도 일치한다.
이 후보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 대한 왜곡된 인식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월 페이스북에 방송인 김어준씨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며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표가 김어준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을 '이태원 참사를 좌파 이데올로기 확산에 이용하려는 전략'으로 곡해했다.
이 후보자는 극단적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지난해 6월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들의 선전선동'이라 지칭하고, 홍어족이라는 혐오 표현을 사용하며 전두환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또한, 영화 '서울의 봄'을 '좌파공정' 영화라 깎아내리기도 했다.
2022년 12월, 이 후보자는 "이승만의 터 위에 박정희는 집을 지었고, 전두환·노태우는 살림살이를 채웠다"고 주장하는 댓글에 동의하는 답변을 달았다. 그는 국내 역사관을 주도하는 종북좌파 연구자들과 그 추종세력에 대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가 북한 공작으로 일어났다'는 댓글에도 좋아요를 눌렀다.
최민희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를 좌파언론 탓으로 몰았던 대통령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방통위원장에 지명했다"며 "극우 유튜버 수준의 대통령과 방통위원장이 나라를 얼마나 더 망가트릴지 너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도 "방통위원장이 아니라 극우 유튜버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