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도서.문화.공연

실화영화 모가디슈 평가와 영화촬영 에피소드

 

내전으로 고립된 낯선 도시, 모가디슈
지금부터 우리의 목표는 오로지 생존이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때, 남한과 북한의 대사관 공관원들이 고립되어 버린 뒤 함께 목숨을 걸고 모가디슈를 탈출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전반적으로 전문가는 물론 관람객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자자하며, 역사왜곡과 비극적인 역사적 실화를 애국심을 강요하는 신파극, 액션 블록버스터로 소비하며 크게 비판 받았던 류승완 감독의 전작 군함도의 단점들을 완벽히 보완하며 깔끔하게 연출해낸 점이 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하였단 점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랙 호크 다운이, 내란이 발생한 국가에 파견 간 대사들이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스릴러 영화란 점이 벤 애플렉이 제작, 연출, 주연을 모두 맡은 영화 아르고가 연상된다는 반응도 있다.

가장 크게 호평 받는 점은 한국 영화의 고질병인 신파와 정치적인 요소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영화가 전반적으로 적으로 만난 남북한의 대사들과 일행들이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되며 조성되는 스릴과 협력하며 탈출하는 과정에서의 휴머니즘에 집중하였으며, 슬픈 음악을 틀며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장면이나 어느 한쪽 국가를 미화하려는 연출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내전 상황이라는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액션씬은 그렇게 많지 않다. 격투라고 불릴 만한 장면 1개와 최후반부의 도시 탈출을 위한 차량 추격씬, 중간중간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 몇번이 전부일 정도이다. 텐트폴 영화 치고 액션이 너무 없어서 아쉬웠다는 평도 있지만 반대로 비무장 상태에서 내란이 일어난 국가에서 탈출한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 만큼 불필요하거나 과장된 액션은 절제하며 오로지 탈출하는 과정에 집중하였단 점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그래도 '점차 광기에 휘말리는 도시'라는 소재와 '탈출'이라는 줄거리의 클라이막스에 걸맞게, 마지막 차량 추격씬은 한국 영화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굉장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탈출하는 남북한 측 대사의 시점으로 진행되면서도 동시에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독재정권의 인권탄압과 길거리에 널부러진 시체들, 동네에서는 순진하게 축구를 하던 어린아이들까지 총을 들며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고 다니는 모습을 비추며 한국인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소말리아 내전의 비극적인 참상 역시 나름 비중 있게 묘사한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특히 100% 해외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촬영과 아프리카 전통음악의 느낌이 나는 스코어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는 고퀄리티의 음향기술로 현지성을 살렸다. 또한 중간중간 삽입된 롱테이크 촬영이 더해져 있어서 엄청난 몰입감을 준다. 덕분에 모가디슈 내전을 소재로 한 리얼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작품답게 중간중간 사회비판적인 요소들이나 정치적인 요소들 대사나 미장센을 통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가령 일개 경찰이 한 나라의 대사 되는 사람의 면전에 대놓고 담배를 피우며 무시하는 장면이나 소말리아인들이 남북한 대사관 일행들이 한반도에서 왔단 걸 못 알아보는 장면들, 그리고 남북한과 해외 선진국들의 대사관들의 크기와 시설들을 대비시킴으로써 UN에 조차 가입하지 못했던 시절의 나약한 국력을 묘사하였으며, 독재정부로 인해 혼란스러운 소말리아의 상황을 묘사하며 독재정권 시절 당시 혼란스러웠던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하기도 하였다.



소말리아 모가디슈는 대한민국 국민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라 실제 촬영은 모로코의 서부 도시 에사우이라에서 진행했다. 감독은 에사우이라가 로케이션 촬영이 가능한 곳 중 제일 소말리아와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에사우이라는 유럽과 아랍 문명의 영향을 고루 받은 고풍스러운 항구 도시이며, 바다를 향해 뿔처럼 튀어나온 땅에 위치하였기에 멀리서 보면 모가디슈 비슷한 부분이 있다. 참고로 모가디슈 전투를 다룬 미국 영화 블랙 호크 다운도 모로코에서 촬영을 했었는데, 그 영화 로케를 담당했던 현지 프로덕션 매니저가 모가디슈 제작팀에도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다만, 대통령궁 등 몇몇 건물이 등장하는 씬은 에사우이라가 아니라 카사블랑카에서 촬영된 것이다.

배우들은 땀으로 얼굴이 번들거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종종 분장의 힘을 빌렸다고 한다. 모로코의 날씨는 전형적인 건조 기후라 땀 빼는 무더위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 더구나 배우들이 촬영에 임한 11~2월은 평균 기온 15도밖에 되지 않으며, 일교차가 심해서 낮에는 햇볕이 뜨거울 수 있어도 밤에는 한가을~초겨울 수준으로 온도가 내려간다. 제작팀이 현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배우들 대다수가 긴 팔 상의에 긴 바지를 입었고, 심지어 패딩을 걸친 사람도 보인다.

소수이긴 하지만 예고편을 본 소말리아인들은 좋은 평을 하지 않는다. 1990년대 소말리아의 풍경이나 행인의 의상을 제대로 고증하지 않았다는 점과, 소말리인들이 아닌 서아프리카인들을 엑스트라로 캐스팅한 부분을 불만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소말리인들은 대부분 동아프리카계 흑백혼혈 민족으로, 에티오피아인들처럼 길쭉한 팔다리와 마른 체형으로 서아프리카 출신 흑인들과 외모가 상당히 다른 편이다. 그 뿐 아니라 서아프리카인과 동아프리카인은 대체로 사이가 좋지 않다.

이는 촬영지가 모로코였던 관계로 엑스트라들을 대부분 유럽과 서아프리카 주민들 중에 데려와야 했던 탓으로 보인다. 일단 동아프리카 국가들은 정세가 불안한 건 둘째치더라도 모로코와의 거리가 멀어서 도저히 엑스트라들을 모집할 여건이 안 된다. 일례로 소말리아와 모로코 사이에 놓인 육로의 길이는 9,599km에 달하는데, 이는 남한 - 그리스의 거리보다 긴 것이다.



고증을 제대로 맞추려면 아예 촬영장부터 '아프리카의 뿔'에 가까운 동아프리카에 잡아두는 게 맞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아프리카 국가 중에 액션 영화 촬영하기 용이한 곳은 없다는 게 문제다.

작품의 직접적 배경인 소말리아는 외교부에서 전 지역 철수 명령을 내린 곳이라 더 말할 것이 없고 상대적으로 치안이 나은 소말릴랜드는 UN에서 독립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미승인국이라 소말리아와 함께 여행금지 지역으로 설정되어 있다. 수단은 치안이 극도로 나빠서 4개월씩 머물면서 대규모 액션 촬영을 하기엔 변수가 많은 곳이다. 에리트레아는 사회 인프라가 이탈리아 식민 지배 시절보다 나아진 게 없어서 풍경이 초라할 뿐더러, 북한만큼 강경한 통제 국가라 영화 촬영 등의 사유로 외국인들을 들여 보내줄 가능성이 전혀 없으며, 지부티는 옆나라인 소말리아와 자연환경도 비슷하고, 프랑스군 등 서방군대가 주둔하는 등 소말리아에 비해서 국내 사정은 괜찮지만 해외 로케 촬영을 하기에 인프라가 빈약한데다 치안도 나쁘며, 남수단은 완전 무정부 상태에 최악의 내전까지 겹쳐서 소말리아보다 위험한 동네이고,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보다는 비교적 낫지만 북아프리카에 비해 외국인들이 편하게 활동할 만한 인프라가 빈약하고, 케냐는 하필 소말리아 바로 옆에 위치하는 탓에 알샤바브 같은 극렬 조직의 테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고, 탄자니아는 그래도 그런대로 낫다지만 자연환경상 사바나 초원지대가 많아 사막지형이 많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과는 이미지가 동떨어져 있다.

결국 인프라가 갖춰져 있으며, 치안도 괜찮고, 아프리카 지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촬영할 때 장소를 제공한 경험이 많다보니 지역 사회가 영화 제작자들에게 친숙한 모로코에서 촬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