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식량난의 시작 '메뚜기떼 황충' 또다른 인류의 재앙

지구 기상이변으로 메뚜기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메뚜기가 번식하여 무리를 이루고, 그 무리가 또 다른 메뚜기 무리를 부르는 식으로 개체 밀도가 매우 높아진다. 이렇게 서로 접촉이 잦아질 지경에 이르면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날개가 길어지고 뒷다리가 짧아지는 신체적인 변화를 보이며 식욕도 자신 몸무게의 2배 가까이로 불어나 가는 길마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는데 이를 '황충'이라 칭한다.


다행히 이 황충으로 변한 메뚜기들은 알을 좀 적게 낳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굶주린 황충떼가 지나간 자리엔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식욕이 왕성해서 농사에 치명적인 존재다. 한국, 중국 등지의 역사에도 자주 나오는 대표적 병충해. 요괴가 아니라 실재하는 곤충이나 엄청난 무리로 산과 들의 풀을 다 먹어치우며, 심지어 사람이나 가축을 해치는 때도 있어 옛날엔 요괴나 요수로 분류하였다. 물론 메뚜기의 주식은 곡식이라 진짜 요괴처럼 다른 생물을 주식으로 삼아 덮치진 않는다. 하지만 엄청난 수가 돌아다니는 데다가 딱히 사람을 무는 것도 거부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정말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성경 출애굽기에 이집트를 덮친 10가지 재앙 중 하나로 묘사했고, 덕분에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에선 하토르 신의 힘으로도 로커스트가 등장. 펄 벅이 쓴 대지 1부에도 황충떼가 마을을 덮쳐 농민들이 불과 연기를 피우고 도리깨로 날아다니는 메뚜기떼를 때려죽이며 저항하는 묘사가 있다. 물론 수억마리의 황충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지만. 묘사를 보면 날아서 지나간 밭은 그나마 뭔가가 남아있지만 황충떼가 일단 내려앉은 밭은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라고 한다.

북미에서도 기록이 있다. 미국 원주민 쪽 기록은 아니고 서부개척 하던 백인들이 남긴 기록인데, 로키산메뚜기 떼가 황충으로 집단 발병하여 1870년대 미국 중서부의 대평원을 쓸고다녔다고 한다. 얼마나 수가 많았냐면 약 12조 5천억 이라는 크고 아름다운 무리를 지어 당시 약 2억달러, 현재 가치로는 6조원 정도의 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것들이 선로 위에 내려앉으니 으개지다 못해 기차 바퀴가 헛돌아 모래를 부어 다시 움직이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들은 본격적인 서부개척이 이루어지면서 불과 30여 년만에 로키산메뚜기란 품종 자체가 멸종해버렸고 마지막 개체가 1902년에 발견된 이래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척민들의 늪지대 개간 등 서식지 파괴가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참고로 이 놈들은 나중에 로키산맥의 빙하에서 사체 무리가 지층이 되어 발견되었다. 초원의 집에 보면 이들 로키산메뚜기 황충떼의 무시무시함이 잘 묘사되고 있다.

대발생에는 오래 버려둔 광활한 공터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근현대 시기 국내에서는 대형 메뚜기목의 생물종이 대량 발생하는 일이 드물지만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 황충의 피해가 나오는 부분이 존재한다. 실제로 2005년 경부터 몸길이 30~50mm급의 대형 갈색여치가 수백 수천마리씩 대량으로 나타나 농가에 피해를 준다. 특히 2013년에는 경북지역에 제한적으로 발생하던 갈색여치 피해가 전국적으로 퍼져 공중파 방송이 보도할 만큼 문제이기도 했다.

2014년엔 수십억 마리로 추정하는 풀무치 약충 떼가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마을에 나타나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다. 하지만 친환경 방제작업으로 2일만에 방제에 성공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이집트와 마다가스카르에도 나왔다고.

2020년에는 태평양 고온으로 인하여 동아프리카에서 메뚜기떼가 창궐하면서 남아시아로 빠르게 확산했다. 케냐, 이란, 인도 등 10여개국에서 엄청난 피해를 일으켰고 중국에까지 접근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체내에 독소가 있어서 천적에 의해 제거되지도 않는다고... 2월 19일 중국발 뉴스에서 인용한 인도측 주장에 의하면 해당 메뚜기떼는 이미 인도에서 소멸되었다고 하나, 국내 및 다른 외신에서는 언급하지 않아서 교차검증이 되지 않으며, 퇴치된 게 아니라 파키스탄으로 날아갔다는 반론도 있다.

게임에서도 홍수, 역병과 동급인 국가적 재난이니 결코 작은 재난은 아니다.

이 황충떼는 농작물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반면 그 자신들 역시 식용이다. 황충을 구워서 먹으면 고소한 맛과 바삭바삭한 식감이 난다. 펄 벅의 대지에 보면 이 황충떼의 피해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잡아서 식량으로 삼는 장면이 나온다.
밀림의 왕자 레오의 한 에피소드에서도 이 황충떼를 육식 동물의 먹이로 하자고 해서 육식 동물들이 초식 동물들을 안 잡아먹고 공존하는 내용이 있다. 다만 최근의 황충들은 생물농축으로 독소가 농축되는 게 일반적이라 함부로 식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번 발생하면 궤멸적인 피해를 낳기 때문에 FAO에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 특히 피해가 막심한 지역인 아프리카 중북부, 중동, 이란, 아프가니스탄에 지역의 정보는 로마에 있는 DLIS(Desert Locust Information Service)에서 모니터링 해왔다. 70년대부터 모니터링 잡지를 발행했고 90년대 이후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 Locust watch에서 얻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제시기. 날개가 없는 약충일 땐 방제가 쉽게 가능하지만 하루에 수십 km를 날아다닐 수 있는 성충은 방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해남군 산이면 대발생도 약충 시기라서 2일 만에 방제에 성공한 것. 뉴스를 보면 종령 약충이 많았다 하므로 1-2주만 늦었어도 속수무책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살충제를 비행기 같은걸로 광범위하게 뿌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환경피해 우려도 있어서 쉽지 않다. 그리고 메뚜기떼가 워낙 많기 때문에 엄청나게 일어나면 효과는 미지수라고 한다.

흔히들 화염방사기로 태워죽이고 싶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는 방법이다. 화염방사기 따위로 커버가 되지 않는 규모일뿐더러, 화염방사기로 누리떼를 태워죽인다 한들 그 누리떼 시체가 불 붙은 채로 논밭에 떨어지면 그거야말로 대재앙. 비행기 동원해서 농약 뿌려야 한다. 현재는 메뚜기만을 죽이는 진균류를 살포해서 방제하는 편이다.

전통적인 대책으로 오리떼를 동원해서 최대한 메뚜기를 잡아먹게 하는 방법도 쓰인다고 한다. 다만 파키스탄 같이 환경이 힘든곳이면 큰 효과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