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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일병 교수를 응원한다


1.
올해 67세에 은퇴한 전직 (노)교수가 90년도에 생산된 꽤 오래된 연식의 (전동이 아닌 범선) 요트를 1억 4천만원에 구입해서 고교 동창 2명과 함께 여행을 결심했다.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차도 팔고, 한국 생활도 정리했다.

적어도 몇 년간은 한국에 올 계획이 없는 것인데 어찌보면 인생의 마지막 버킷리스트에 해당하는 '요트 크루징'을 위해 떠나는 셈이다.

2.
정부가 여행 취소를 권고한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꼭 필요한 사유가 아닌데 나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여행 취소를 권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입국해서 우리나라 방역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 장관의 배우자인 이일병 교수는 당분간 한국에 들어올 계획이 없다.

한국 생활을 정리한 것과 “삶에서 몇 년은 요트크루징을 하면서 보내겠다”고 쓴 글도 있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3.
사람 그림자도 보기 힘든 망망대해를 누비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령 다른 정박한 항구에서 감염이 되어도 한국 방역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

때문에 여행이라고 하기 보다는 장기취업 혹은 단기 이민에 가까운 형태의 출국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4.
현직 외교부 장관의 배우자가 구설수를 무릅쓰고 꼭 지금 나가야 하냐는 비난도 있다.

그런데 이일병 교수 나이가 올해 67세다. 67세라는 나이는 아주 익숙한 일이 아니라면 요트 크루징을 하기에 적절한 나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경험은 있겠지만 충분하지 않을 것이고, 준비를 꼼꼼하게 했겠지만 체력적으로 분명히 변수가 있는 나이다.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때문에 계획한 스케줄이 뒤로 밀리는 것에는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다.

5.
시간의 개념이란 상대적이다.

월요일 오전에 맞이하는 2시간과 토요일 밤 즐기는 2시간은 체감 속도가 다르다. 20대 초반, 2년 6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보내야 하는 군대 시절은 매일 매순간 전역할 날짜만을 손꼽으며 시간이 빨리 가지 않는 것을 고통스러워 했지만 60대 후반 나이에 1~2년의 시간은 순간순간이 아쉬운 법이다.

6.
만약 이일병 교수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유엔 출신에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 전 세계 외교무대에서 큰 주목을 받는 부인을 따라다니면서 외교가의 화려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일병 교수는 일절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정년이 보장된 대학교수직마저 일찍 은퇴하고 낙향해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지금 일평생 소망하던 요트 크루징을 위해 황혼기 삶에서 더 늦어지기 전에 떠나는 것을 어떻게 응원하지 않을까?

7.
부질없어 보이고 철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이일병이라는 사람이고 그게 요트 크루징이 가지고 있는 매력 아닐까?

가장 우려가 되는 코로나19 방역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타인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노교수의 마지막 불꽃을 굳이 강경화 장관의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도 무조건 깎아내리기 위해 수천 억 요트가 어쩌구 하면서 가짜뉴스를 뿌리는 언론이나 내용도 모르면서 비난부터 하는 이들은 '애잔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8.
이 이슈에 대해서는 강경화 장관의 언급이 가장 정확하고 나는 동의한다.
“남편의 행동은 송구스럽지만 오라고 할 수는 없다”

일반적 사회통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자신은 남편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참으로 멋진 부부가 아닌가??

때문에 나는 이일병 교수의 요트 크루징을 응원한다.

I am not afraid of storm. for I'm learning to sail my ship.
(나는 폭풍이 두렵지 않다. 나의 배로 항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
- Hellen Keller-